보너스 포함 올해 수입 6322만弗
집게그립으로 바꿔 퍼팅 업그레이드
셰플러 “숏퍼팅에 장점” 만족감
스코티 셰플러가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스코티 셰플러(미국)로 시작해 셰플러로 끝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플러 전성시대’라는 수식어로도 부족하다. 완벽한 셰플러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된 그린플레이까지 업그레이드하며 2025년 필드도 접수할 준비를 마쳤다.
셰플러는 지난 9일(한국시간) 끝난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2024년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대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라 의미가 더했다.
이 대회서 관심을 모은 건 셰플러의 퍼팅 그립 변화였다. 가장 대중적인 컨벤셔널 그립에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그립을 가볍게 잡고 붓질하듯 스트로크하는 집게 그립으로 바꾼 것. 셰플러는 대회 기간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주로 숏퍼팅에 집게 그립을 사용한다. 15피트(4.5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 후엔 “샷과 퍼트 모두 잘됐다”며 새 그립에 만족감을 표했다.
완벽한 샷 메이킹에도 유독 그린에서 약했던 셰플러였다. 올해 PGA 투어에서 평균타수 1위(68.645), 샷게인드 티 투 그린 1위(2.401)의 정교한 샷을 구사하지만, 퍼팅 부문 스토로크 게인드에서는 77위(0.095)에 그쳤다.
스코티 셰플러가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집게 그립으로 연습하는 모습 [PGA투어 SNS] |
하지만 퍼팅코치 필 캐니언과 협업을 통해 퍼팅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올해 굵직한 대회서 우승을 휩쓸었다. 이 때문에 셰플러가 또한번 퍼팅에 변화를 준 데 대해 현지에서도 적잖은 의구심이 일었다. 하지만 셰플러는 골프닷컴에 “항상 개선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찾고 있었다. (그립 변화도) 지난 몇 달 동안 고민했었는데, 이번 대회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국 골프 100대 교습가 조 플레커는 골프닷컴에 집게그립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트레일 암(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오른쪽 팔, 왼손잡이 골퍼의 경우 왼쪽 팔)을 좀더 자유롭게 해 퍼팅 스트로크 시 진자운동의 느낌을 얻고자 하는 골퍼들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클럽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면 헤드 무게감을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 임팩트 때 손을 과도하게 비틀거나 퍼터를 그립 아래로 너무 내려잡는 등 잘못된 셋업을 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옵션이라는 설명이다. 플레커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퍼터 페이스에 너무 힘을 주지 않고 길고 유연한 스트로크를 시도할 수 있는 그립 형태”라고 했다.
스코티 셰플러 [AFP] |
퍼팅 신무기까지 장착한 셰플러가 내년 필드에서 올시즌을 능가하는 퍼포먼스를 펼칠지도 주목된다.
세계랭킹 1위 셰플러는 올 한해 9승을 휩쓸었다. 승률이 무려 43%다. 그저그런 대회도 아니다. 골퍼들의 꿈의 무대인 ‘명인열전’ 마스터스와 가장 많은 우승 보너스가 걸린 투어 챔피언십,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더플레이어스, 그리고 파리올림픽까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완벽한 시즌이었다.
올해 수입은 무려 6322만8375달러다. 투어 정규시즌 상금으로만 벌어들인 2922만8375달러(1위)에 투어 챔피언십 우승 보너스 2500만달러, 컴캐스트 비즈니스 톱10 보너스 800만달러, 히어로 월드 챌린지 우승상금 100만 달러를 더한 액수다. 미국 골프위크는 셰플러의 화려한 성적표로 캐디 테드 스콧의 올해 수입도 533만8504달러를 기록, 역대 캐디 최고 수입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9일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82주 연속 1위를 지킨 셰플러는 오는 18일 열리는 PGA 투어-LIV 골프 이벤트 대항전에 나선 뒤 내년 1월 3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에 출격한다. 퍼팅까지 업그레이드한 셰플러가 내년 무대도 지존으로 군림할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