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볼 게 뻔하지만” 서민들 눈물의 결단…‘보험 해지’ 40조 눈앞 [머니뭐니]

3분기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39조 육박
‘보험료 미납’ 효력상실 환급금도 증가세
IFRS17 유지율 중요한데…보험사도 울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자영업자 A 씨는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 등이 부족해 대출을 알아봤지만 은행에서의 대출은 거절당했다. 아이 앞으로 들어둔 보험을 담보로 약관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해왔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더 큰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아이가 사고가 나서 병원비에 큰돈이 들어가게 생겼다. 대출이 막혀 생활고에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었던 A 씨는더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의 계약 해지 사태가 속출해 해약 규모가 사상 최대인 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해지 증가 영향으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도 급증해 취약 차주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생보사 해약환급금 규모


11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규모는 39조3648억원으로 40조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1월 5조3034억원 ▷3월 14조8209억원 ▷6월 27조1558억원에 이은 급증세다.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효력상실 환급금도 증가세를 보인다. 효력상실 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 못했을 때 보험사가 해지를 통보하면서 지급하는 금액으로, 비자발적 해지를 의미한다. 생보사 효력상실 환급금은 3분기 기준 1조2609억원으로 지난해 1조2128억원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말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보험은 해약하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손해를 보면서도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는 방증이다. 보험 해지 증가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악재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계약유지율이 수익성 지표인 고객서비스마진(CSM)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험 유지율이 하락하면 보험사들의 건전성과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보험약관대출도 보험 해지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가입 중인 보험을 담보로 대출받는 보험 약관대출의 이용자 수는 3분기 기준 88만3213명으로 1년 전(67만6459명)에 비해 31% 늘었다.

보험약관대출은 별도 심사 절차가 없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일종의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연체하면 보험료와 이자를 이중으로 내야하고, 연체 금액이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를 넘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만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약관대출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침체로 취약 차주들의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비자발적 해지로 이어지는 경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해약이나 계약대출 실행에 앞서 자신이 갖고 있는 보험들을 꼼꼼히 분석해 어떤 선택이 경제적인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해약환급금은 낸 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도 있고, 향후 보험사고 발생 시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소비자에게 불이익한 측면이 있어 보험계약대출 등 다른 방안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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