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암살작전 과격화…“트럼프 취임 전 전세역전 절박한듯”

두달새 고위직 4명 암살…“깊이 침투한 정교한 공작”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령이 숨진 폭발 사고 현장. [타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러시아군 고위 간부가 수도 모스크바의 자택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로 숨진 일의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지목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조급해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주요 인사 암살 작전이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오전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대로의 아파트 입구 근처에 있는 스쿠터(킥보드)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져 러시아군에서 화생방 무기를 총괄하는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이 사망했다.

숨진 키릴로프 중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투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 관리 중 가장 고위급 인사다.

이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CNN, AFP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 고위 간부가 수도 복판의 자택 근처에서 암살된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보안 역량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최근 동부 주요 전선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긴급한 의지 역시도 이번 공격에서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취임 후 최대한 빨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종전 협상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로서는 협상 전에 최대한 전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경찰관들이 폭발 현장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EPA]


CNN은 최근 두 달 사이 우크라이나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군 인사의 암살이 이번까지 포함해 4차례 있었다고 집계했다.

지난 10월에는 러시아 제52폭격기연대 소속 조종사 한 명이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서 망치로 살해되는 일이 있었으며, 지난 달 중순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지역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러시아 흑해 미사일 함대 참모총장이 숨졌다. 불과 닷새 전에는 러시아군 미사일 현대화 작업을 담당했던 미사일 과학자 미하일 샤츠키가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서방 언론들에서는 샤츠키 살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키릴로프가 사망한 것은 우크라이나 측 스파이가 러시아에 매우 깊이 침투해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인식한다.

러시아 인사를 대상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암살 작전은 전쟁 발발 이후 꾸준히 있어 왔지만, 이번에 사망한 키릴로프는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에 가장 야심 찬 표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특히 러시아의 심장부인 모스크바 시내에서 벌어진 이번 암살 작전의 정교함과 과감함은 러시아 내부 여론에도 적지 않은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도 이번 작전의 정교함은 놀라운 수준이었다면서 모스크바 길거리에 흔하게 방치된 스쿠터에 폭발물을 심은 것은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짚었다.

BBC는 우크라이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스쿠터에 숨겨져 있던 폭발물이 키릴로프가 근처를 지나가던 정확한 시점에 원격 조종을 통해 폭발했다면서 이를 터트린 사람은 카메라를 통해 혹은 근처에서 직접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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