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끝낸 대부업법·예금자보호법 연내 무산위기

계엄·탄핵 여파 민생 경제 입법 중단
정부·여당, 20일 국정안정 고위 당정


계엄 촉발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18일 현재까지 정무위 소관으로 발의된 금융 법안은 대부법법 개정안과 예금자보허법 등 6개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예정대로라면 이달 정기국회에서 무리 없이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 대부업법 개정안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꼽힌다. 사진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병환(왼쪽부터) 금융위원장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은 멈춰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여야 정치권은 ‘비쟁점 법안 처리부터 서두르자’고 강조하지만 2024년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수 민생·경제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이미 합의한 대부업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부업법 개정안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각각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을 뿐 그 다음 단계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대부업의 자기 자본 요건을 대폭 높이는 한편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업자가 법정 최고 이자율(20%)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으면 계약 효력이 제한되고 이자 약정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를 무효로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 2001년 이후 무려 24년 만에 예금 보호 한도가 상향되는 것이다.

해당 법안들은 앞서 여야가 ‘공통공약민생협의체’를 통해 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눈 후 당초 올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한 것들이었다. 지난 3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같은 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후 논의가 ‘올스톱’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안에 법사위 논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 탄핵소추 후속 조처 향방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대표적 민생 법안으로 꼽히는 ‘티메프방지법’은 심사조차 완료하지 못했다. 여야 입장 차가 커 논의가 충실히 진행됐어야 하는데 계엄 사태의 유탄을 맞았다. 정부 여당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등을 통해 미지급 사태를 방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아예 별개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만들 것을 주장한다. 온플법은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 상한선을 규제하는 한편 상품 추천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런 가운데 정부 여당은 오는 20일 ‘국정안정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내수 진작책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고위당정을 시작으로 상임위별 실무 당정 등 현안별 각급 당정협의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8시에 열리는 국정안정 고위당정협의회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기재·외교·국방·중기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당 정책위는 정책 당국과 협력해 지방 부동산 침체 극복을 위한 방안, 카드 수수료 경감책, 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만기 연장 채무 조정 등 은행권의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 등 각종 내수 진작 방안 마련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사금융 퇴출을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증시 밸류업을 위한 추가 입법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각종 민생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해솔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