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거부권은 尹 따르겠다는 뜻”
원내 “탄핵추진 의견 끝까지 갈릴 것”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고민에 빠졌다. 당내에선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즉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나왔지만, 지도부는 향후 정국을 고려한 정무적인 판단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내란특검법을 거부하면 탄핵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4법 등 6개 쟁점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대응책은 당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현상 유지’ 역할을 부여받은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적극적인 권한 수행임으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들과, 더 큰 정국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지도부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탄핵 추진에 대한 내부 의견은 끝까지 갈릴 것”이라며 “지도부가 막판까지 의원들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물론 책임 있는 결정을 하는 단위에서는 어느 정도 상황별 판단을 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판단과 다른 강한 의견들이 나오면 결정에 반영되기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6개 법안들을 거부한 것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권한이 한 권한대행 본인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빌드업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됐을 경우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당에서 취할 대응책이 있는지, 지금 탄핵추진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실기하는 거 아닌지 하는 것이 당내 의원들의 가장 강한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탄핵 추진을 하지 않는 쪽으로 최종 결정을 하려고 한다면,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할 것 같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지만 ‘탄핵’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내란 수괴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뜻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복귀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운영의 어떤 권한도 없는 내란 수괴와 내란 공범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마시고 당장 6개 민생개혁법안 의결하고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고심에는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는 ‘외연확장’에 탄핵 추진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앞서 민주당은 박성재 법무부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바 있다. 탄핵추진이 거듭되면 여권에서 비판하는 ‘탄핵 남발’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은 당내에서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도 지난 15일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가 있다”면서도 탄핵 추진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일단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16일 이 대표를 향해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대통령 놀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 권한대행 체제는 이재명의 섭정 체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내에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며 “상황을 가정해 탄핵 추진 여부를 선제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 입장에선 향후 정국과 정무적인 판단을 배제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며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특검은 한 권한대행 본인이 연루된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추진이 유력하다”면서도 “다른 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