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심방세동 치료, 게임체인저 ‘펄스장 절제술’ 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서 동시 성공”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심방세동 치료의 신의료기술인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을 이용해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13일 ‘2024년 제7차 및 제8차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열고 신의료기술에 대한 고시 개정사항을 발표한바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새로운 의료기술(치료법, 검사법 등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 평가를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됐다.

펄스장 절제술은 심방세동 발생 부위에 카테터를 위치시켜 펄스장으로 절제해 심방세동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로 기존 전자 도자 절제술이나 냉각절제술에 비해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해 높은 정밀도와 안정성을 가졌다고 평가받고있다. 시술 시간도 짧고 부작용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것이 장점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의 부정맥 치료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9일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 권씨(53, 남)를 대상으로 19일 PFA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는 “2003년 초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한 환자가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림이나 답답함 등 지속적인 부정맥 증상을 보여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했고 별다른 부작용 없이 한 시간도 안 돼 끝났으 이후 4명의 심방세동 환자가 PFA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가 펄스장 절제술을 위한 시술 도구를 보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측은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혈액의 흐름이 불규칙해 혈전(피떡)이 생기고,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데 유병률은 2015년 전체 인구의 1.5%로, 2006년 0.7%에 비해 약 2배 가량 증가했고 특히, 60세 이상에서 약 10% 정도에서 발생해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30년에는 3.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기존에 주로 시술했던 전극도자절제술 중 고주파 전극도자절세술은 고주파로 열을 가해 심방세동 발생 조직을 절제하고 냉각풍선절제술은 냉동 열에너지로 조직을 절제하는데 두 방법 모두 식도나 횡경막 신경 등 심근조직 이외의 주변 조직에 열에너지가 전달돼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시술시간도 2시간이 넘어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라며 “펄스장 절제술은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시술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방법으로 미 FDA 허가를 받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심방세동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미 12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술이 이뤄진 만큼 안전성을 인정받고있다”고 성렴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오른쪽)가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정보영 교수는 “PFA는 열에너지가 아닌 펄스장 에너지를 이용해 심장에 미세한 천공을 만들어 주변 조직은 보존하면서 목표인 심근세포만 사멸시킬 수 있다. 심장의 각 조직은 서로 다른 전기장 강도를 가진다. 펄스장 에너지는 특정 전기장 강도로 목표한 조직만 제거하는 타켓팅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시술시간도 기존 방법보다 20~40% 이상 단축할 수 있어 환자부담도 줄고, 식도나 횡경막 신경 손상 등 부작용도 현저히 적다”라며 “PFA는 심방세동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안전성이나 효과가 확인된 첨단기술로 우리나라에 도입돼 환자들이 더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고령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19일 온영근 순환기내과 교수가 최첨단 심방세동 치료법인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 시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PFA는 고에너지 전기 펄스를 이용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생한 심근세포만 선택적으로 정확히 제거하는 장비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펄스장 절제술 기기로는 메드트로닉의 ‘펄스셀렉트’와 보스톤 사이언티픽의 ‘파라펄스’가 있는데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은 보스톤 사이언티픽의 제품으로 시술했다.

<사진설명. :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은 12월 19일 PFA시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에너지 전기펄스를 이용해 심근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주변 조직 손상을 피할 수 있다. PFA시술 이미지. >


PFA는 현재 심방세동을 시술로 치료할 때 주로 쓰는 ‘고주파도자절제술’이나 ‘풍선 냉각도자 절제술’과 비교하면 주변 조직의 손상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PFA와 관련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2030년까지 심방세동 치료의 8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PFA의 임상 결과도 고무적이다. 최근 PFA시술 그룹의 87.9%의 환자가 가 1년 동안 정상 박동이 유지되었고, 특히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90.8%가 정상 박동을 유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부작용 발생률 또한 전 세계 12만 5천명 이상의 환자에게 사용한 결과 0.7%로 보고돼 2 ~ 6% 사이인 기존 치료법들과 비교해 안전하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의PFA시술에는 세계적인 부정맥 분야 석학인 독일 베타니엔 심장혈관센터(Cardiovascular Center Bethanien)의 줄리안 천(Julian Chun) 교수가 참관하였으며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공유했다.

온영근 교수는 “PFA 도입으로 심방세동 부정맥 환자들에게 가장 앞선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외 석학과 함께 첫 시술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최신 부정맥 치료 연구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부정맥 치료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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