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아트, 부강 인문학도 세종시다..도농 케미 개시[함영훈의 멋·맛·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광역 세종시 만들기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 문화정원 [함영훈 기자]


[헤럴드경제(세종시)=함영훈 기자] 세종특별자치시가 전체인구 약 40만명 중 공무원이란 직업을 가진 시민 비율이 5%대로 낮아지면서, ‘건조한 행정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도농복합도시의 면모를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세종시 도심 이미지가 예전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어느덧 살기좋은 도시 국내 2위에 올랐다. 알고보면 세종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이고, 도심외에 도심보다 5배 넓은 읍면이 있으며,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이젠 도농복합, 세종 찐 매력 찾기= 도심은 ▷행정수도(63개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한글문화수도(원둘레 1446m 이응다리), ▷최첨단 스마트시티 ▷동북아 최대 박물관 도시(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 향후 도시건축, 국가기록, 국립디자인,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 개관), ▷정원관광도시(52% 녹지율, 세종호수공원, 세종중앙공원, 세계 최대 공중정원 ‘정부청사 옥상정원’, 2026년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등의 면모를 탄탄하게 갖췄다.

이응(ㅇ)다리, 금강보행교의 석양[지엔씨이십일 촬영]


그런데 세종특별자치시 도심 이외의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개발의 비대칭’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조치원, 부강, 전의, 전동, 고복저수지의 연서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도심의 개선에 투자할 예산의 1/10 정도 만이라도 각각의 읍면 지역에 투자할 경우, 세종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도농이 조화로운 복합도시 인프라가 구축될 것 같다.

▶상대적 낙후된 조치원,부강 일어섰다= 조치원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예술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신진 작가들의 챌린지가 이어지면서 문화 소프트웨어와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부강에선 문화유산 스토리텔링, 헤리티지 산책을 통해 세종시의 콘텐츠를 풍요롭게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당초 도심에 집중투자할 때에도 동 이름을 어진동, 아름동, 도담동, 다정동, 새롬동, 한솔동, 가람동으로 소박하게 지은 것은 조치원, 전동, 연서, 부강, 금남 등 전통과 인정이 넘치는 주변 지역과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이제 도심 쏠림 투자의 기조를 서서히 벗고 세종특별자치시라는 광역단체에서 햇살을 덜 받은 곳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인천 송도 부럽지 않은 마천루, 서울 청계천, 한강 부럽지 않은 수변공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북, 강원도 같은 자연과 풍속을 지녔으니, 세종 관광당국은 이제 빈 곳, 도심개발로 인해 연결성이 끊긴 곳, 뭔가 하다 만 듯한 ‘못 갖춘 마디’를 예술로 채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조치원 아트 세종 마중물을 붓다= 아트 세종시의 미래를 엿보는 융복합 예술행사가 조치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미술과 음악을 함께 담은 특별한 전시 ‘겨울정원 54℃’가 오는 21일부터 2025년 1월3일까지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평리, 조치원 문화정원 전시공간 ‘샘’에서 세종화랑협회 주최 및 주관으로 열린다.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 문화정원[함영훈 기자]


조치원 문화정원은 과거 정수장 이던 곳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공간, 시민-여행자 휴식 카페, 신진 예술인들의 꿈 양성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탄생했다.

겨울정원 54℃는 세종화랑협회(SGA) 창립기념 아트페어 ‘프로젝트 프리(FREE)’의 일환인데, 전시기간은 더 길다. ‘프로젝트 프리’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각 참여 갤거리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프로젝트 프리’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개최장소인 조치원문화정원 샘, 아르스(Ars‘s)갤러리, 소피아갤러리, 갤러리힐, 줌갤러리, 밴가드1아트센터, 갤러리985, 금수동갤러리이고, 아티스트는 김혜진, 김현수, 양진영, 이윤지, 장승아, 장희영이며, 음악계에서 피아니스트 김지연이 선율을 들려준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은 조치원 문화정원이 전시공간으로서 조치원 신진 작가 그림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자유후원금이다. 안내도 되고 더내도 된다. 입장료와 작품 판매금액의 10%는 지역 소외계층에 기부한다고 협회측은 밝혔다.

조치원 1927 아트센터 [함영훈 기자]


▶조치원 예술 온도 섭씨 54도 ‘열기’= 세종화랑협회는 “지역사회의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있는 작가및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시각예술 대중화의 증진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지역 미술을 국내외 시장에 소개하고, 건전한 미술시장 형성을 도모하기 위해 세종화랑협회를 창립하였으며, 기념 행사로 화랑협회 아트페어를 개최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프리’는 참여하는 작가들과 8곳 갤러리의 특성을 살려 작품세계를 자유롭게 구성하고 표현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시각예술에 대한 대중과의 소통 증진과 관심을 확대하고,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세종시 미술계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대표적 아트페어로 발돋움 하자는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조치원문화정원 방문시 관람객은 피아니스트 김지연의 연주를 핸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이어폰도 지참해주길 당부했다. 듣고 보는 융복합 전시이다. 월요일과 1월1일은 쉰다.

조치원문화정원은 정수장의 모습을 잘 보존하여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 도시정원이라는 기능성을 더한 유니크베뉴로서 포럼, 강연, 회의 등 다양한 행사에 활용되고 있다.

▶1927 아트센터= 조치원에는 이곳 외에도, 일제시대 실 만드는 공장을 리모델링한 조치원1927아트센터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조치원1927아트센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1927년에 설립된 산일제사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옛 공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2023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 부문 본상을 수상하는 등 유니크베뉴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다목적홀, 카페, 전시장 등을 갖추고, 회의와 공연을 위한 대관 및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몇몇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도심에 집중했던 세종시 도시계획 문화관광 부서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부강 홍판서댁[함영훈 기자]


▶부강 출신 가네코후미코= 부강에선 세종시에 없을 것 같은 역사문화가 숨쉰다. 독립투사 박열의 부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가네코후미코(金子文子)의 고향이며, 옛 소금거래 물류센터 부강포구, 홍판서댁이라 불리는 부강리 고택이 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던 가네코 후미코(1903~1926)는 1912년부터 1918년까지 부강공립심상소학교(현 부강초등학교)에 다녔다. 자세한 어린시절 행적은 알려진 바 없다. 이후 1922년 5월 도쿄에서 박열을 만나 1923년 3월까지 항일 무정부주의자 기관지를 만들며 사랑을 나누었고, 그해 9월 체포돼 1926년 모진 고문과 낙후된 감옥에서 병마에 시달리다 수감중 사망한다. 2018년에야 건국훈장이 추서됐고, 이제야 부강에서 그녀의 족적과 교훈을 추적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부강리 고택은 조선후기 양반가 한옥의 자유분방한 개성이 엿보인다. 추운지방에서나 보이던 ‘ㅁ’자 중정이 있는데, 보통 중정은 깔끔하게 비우지만, 이집엔 우물이 있고 우물과 마당에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할 목적의 향나무가 심어져있다. 두레박으로 우물 물을 긷는 과정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매우 흥미로워한다.

부강성당 [함영훈 기자]


▶부강포구, 홍판서댁, 부강성당= 홍판서댁은 마을의 높은지대에 지어져 금강물결을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부강포구는 강경에서 오던 소금을 하역해 보은, 상주 등지로 출하하던 곳이다. 자연히 상인들이 포이고 먹거리가 풍부하다. 고택 인근 부강리 성당은 부강 지역 노동자들의 점심시간 휴식터가 되었다. 원래 한옥 성당인데, 이 한옥은 카페로 바뀌었다.

부강엔 넓은 마당을 가진 한옥 숙소-카페 휴휴당이 있다. 10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있고, 2개의 다이닝룸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야외마당에서는 기업행사,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북쪽의 전의향교 인근 베어트리파크는 10만 평의 대지에 1000여 종 40만여 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 비단잉어와 반달곰, 꽃사슴 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중앙에 위치한 웰컴하우스는 유럽 남부지방 스페인의 낭만적인 건축양식 건물로서, 내부에는 레스토랑, 아이리스홀, 수련홀 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있는 곳은 시민과 여행자의 힐링터일 뿐 만 아니라, 컨벤션 행사도 치른다.

연서면의 고복저수지는 세종시 사람 못지 않게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힐링 산책, 식탐의 핫플레이스이다. 도심은 달라지는데, 이곳은 몇 년전 모습에 비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도심의 인공미 넘치는 몇몇 볼거리보다 더 사랑을 받는 곳이 고복 일대 자연생태이다. 해안지역보다 더 맛있는 해물칼국수와 한우 명문고을 보다 더 맛있는 갈비가 여행자들을 기쁘게 한다.

세종수목원[함영훈 기자]


세종수목원의 박쥐란을 거꾸로 본 모습 [함영훈 기자]


▶세종수목원, 동지섣달 꽃 보기= 다시 도심에 와서, 12월 세종수목원을 빼놓을 수 없다. 국립수목원 중 가장 근년에 만들어져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세종수목원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을 말할 때 쓰는 표현 ‘동지섣달(한겨울) 꽃 보는 곳’이다.

을씨년스런 날씨와 사회분위기는 12월부터 2025 을사년 이른 봄 까지 이어질 것 같다. 역사적으로 을사년은 조심해야 한다.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은 친일 매국노들 나라를 팔아먹던 을사년 늑약을 지칭한다. 꽃피는 계절이 아니라도 문득, 요맘때, 꽃 보고 싶거든, 그리고, 동장군의 기세 속에서도 푸른 신록을 보고 싶거든, 세종수목원으로 가라.

‘온실로의 초대’라는 이름의 메인 실내수목원 입구에 들어서자 부겐빌레아 꽃들이 반긴다. 이어 따스한 봄바람이 휘감는 가운데, 실내 폭포, 빅토리아 수련, 천사의 나팔꽃, 바오밥나무, 여성 거인의 몸을 형상화한 듯한 페루산 케이바물병나무 등이 반긴다.

세종수목원의 성탄 분위기는 메인 온실에 입혀진 크리스마스 매핑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름은 ‘박쥐란’이지만 루돌프 사슴 뿔처럼 생긴 희귀 반려식물이 산타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세종 마천루가 세종의 전부는 아니다[함영훈 기자]


앞으로 세종시 성공의 관건은 전의, 전동, 조치원, 연서, 부강의 약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도심 빌딩과 아파트 건설, 뉴타운 도시계획에 몰두하던 세종특별자치시가 도심 이외 세종시의 문화 예술, 정청 자연 생태, 전통 풍속과 미식, 역사인문학 콘텐츠를 어떻게 가꿔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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