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유출주의보’ 부른 與 극한 계파 갈등 [이런정치]

계엄·탄핵 당시 대화방·녹취 공개돼
“이러다 휴대전화 수거함 생길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김진 기자] “이렇게 말하면 뭐합니까, 밖으로 다 새는데…”, “그럴 걸 모르고 얘기했습니까”

계파 갈등을 겪는 국민의힘에서 내부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 캡처 유출’에 이어 의원들의 발언이 여과없이 담긴 ‘비공개 의원총회 녹취 보도’를 계기로 친윤(윤석열)계와 친한(한동훈)계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20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근 이례적인 유출 사태에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소집된 14일 비공개 의원총회 녹취가 언론 보도를 통해 연일 공개되면서다. 지난 18일 비상대책위원장 논의를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단체대화방 유출을 둘러싼 의원들의 성토가 1시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임세준 기자


의원들의 단체 대화나 녹취 등이 공개되는 건 이례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계파 갈등에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번 탄핵안 가결이 ‘탈당’이나 ‘분당’ 사태로 번지지 않았지만, 억눌렸던 갈등이 ‘대화 유출’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요즘 의원총회를 해도 ‘국회에서 이런 사례가 없었다’, ‘일부분만 편집해 보낸 것도 악의적이다’는 불만만 쏟아내다 정작 안건은 논의하지도 못하고 지쳐버린다”라며 “이러다가 휴대전화 수거함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느냐”고 토로했다.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결국 의원 한 명의 행동일 텐데 같이 손가락질 당하는 나머지 의원들은 어떤 심정이겠느냐”며 “먼저 나서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계파 갈등은 비대위 인선 논의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 주류인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당을 ‘통합’하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일부 재선 의원 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엄태영 의원은 “정치개혁과 개헌을 위한 비대위라든지, 성격을 정해야 그에 맞는 인물도 추릴 수 있다”며 “민생 안정을 위해 통합의 의미가 있는 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대표인 김대식 의원도 “(가장 중요한 건) 당내 통합”이라며 “탄핵 국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는데, 통합의 메시지를 담고 리드해 줄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오셨으면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반면 6선의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감히 끊어내고 대통령을 즉각적으로 제명 또는 출당을 시킬 수 있는 그런 비대위가 탄생해야만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비윤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는 대선을 준비하는 곳이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쇄신은 ‘윤석열 색깔 지우기’”라면서 “침묵하던 집권여당의 근본적인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원장 인선은 내주 초 이뤄질 전망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에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원내 5·6선 중진급 비대위원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까지 초선과 재선, 3선, 4선 이상 선수별 의견을 취합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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