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공급물가지수 1.1% ‘두 달째↑’…수입·생산자물가지수 동반 상승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4원 내린 1446원에 개장했다. 다만 올 초만 해도 1300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이 지난 19일 1451.9원에 마감하는 등 1450원을 돌파하면서 1500원을 내다보고 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지난 13일 정부가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는 분석의 결정적인 변수도 ‘고환율’이었다.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4~5% 수준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이 커지면 일부 소규모 기업은 영업이익이 최대 2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513곳 대상)에 따르면 10곳 중 3곳이 매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 중 22%는 ‘고환율’을 요인으로 꼽았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11.1%)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고환율 때문에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 증감률도 2022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기록이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내공급물가가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수입물가, 생산자물가를 연쇄적으로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124.15(2020년 100 기준)로 전월(123.47)보다 0.6% 올랐다. 10월(0.1%)에 이어 두 달째 오름세다. 상승 폭은 지난 4월(1.0%) 이후 최대로 커졌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11월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 129.03)가 10월보다 1.1% 올라 두 달 연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같은달 생산자물가지수(119.11) 역시 0.1% 상승하며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내공급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원재료(1.8%), 중간재(0.6%), 최종재(0.1%)가 모두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가치 하락분이 크게 반영되는 원자재 오름폭이 컸다. 원재료 중 수입품이 3.1%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종재는 소비자물가지표와 겹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직결되고, 원재료·중간재는 생산원가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