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집중 野 “이재명의 국정안정 협의체”
‘장관·헌재재판관 임명권-추경 편성’ 등 곳곳 뇌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국정 공백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가 때이른 진통을 맞았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판단과, 탄핵 정국에서 수권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야당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정식 출범 전부터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정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채 정치 공세만 펴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여야정협의체 운영과 국정 안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지난 20일 개최된 국정안정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야정협의체 관련 논의를 나눴고, 권 권한대행은 당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정이 참여하는 초당적 협의체 출범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권 권한대행은 앞서 이 대표의 제안을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고 거절한 바 있었고, 이번 참여 결정도 “의장이 제안한 것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었다.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되, 민주당에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안위와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국정안정 협의체’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국정안정 협의체는 이 대표가 제안한 협의체의 명칭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양당 원내대표’ 중심의 협의체 구성을 원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국정안정 협의체는 반드시 양당 대표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함께하는 비상협의체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협의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각종 현안들도 갈등의 뇌관이다. 당장 정부·여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임명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후임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해 다수 의석을 지닌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권 권한대행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두 장관에 대한 임명을 조속히 결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라고 요청한 상태다. 반대로 민주당은 임기 만료로 공석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압박하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최우선 순위는 ‘경제’다. 이재명 대표는 앞서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한다”고 말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추경 대상으로 언급했었다. 박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는 필요하면 국정안정 협의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입법, 예산, 특히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등에 적극 참여하고 지체없이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추천 여부, 내란 일반특검법과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제 등 쟁점 현안도 산적해 있다. 이로 인해 협의체가 출범하더라도 정쟁 끝에 조기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