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우려도
자본확충 불가피…유상증자 유력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법인인 여천NCC가 생존 갈림길에 선 가운데, 매각을 제외한 모든 방식의 자구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매각설은 가라앉았지만 사업구조상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불가능해, 결국 단계적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꼽힌다.
7일 여천NC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본 총계는 7467억원으로 2023년 3분기 말(9424억원) 대비 1957억원가량 감소했다. 자본이 가장 많았던 2017년 말(1조6141억원)과 비교하면 46%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여천NCC는 지난 2019년 이후 자본이 계속 줄어 2023년 말(8731억원)에는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7000억원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석유화학 산업 불황이 길어지며 순손실이 지속된 영향이다.
자본 총계 감소에 부채비율도 300%를 넘어섰다. 작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1%로 2019년 말(81.2%) 대비 4배가량 늘었다. 여천NCC는 기초유분만 생산하는 사업구조인데, 주력제품인 에틸렌 등 수요 부진이 올해에도 지속되면 부채비율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 하락을 비롯해 부채비율 급증과 차입금 의존도 상승이 겹치며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자본확충이 불가피해, 업계에선 여천NCC가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까지 꾸준히 불거진 매각설은 사그라든 상태다. 여천NCC와 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이어온 장기판매계약은 이변 없이 갱신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석유화학 불황이 깊어지고 구조조정설이 번지면서 통상적인 계약 갱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번 갱신 계약을 두고 잡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정부가 사업 재편 지원을 골자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천NCC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방안은 당장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천NCC가 입주한 여수산단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이 완료되면 사업 재편 시 세금 납부가 미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다.
이에 당장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지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지원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 고비를 넘기는 타이밍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영업이익을 극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구적인 비용 절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