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상담 비중 53%… 코로나 전에 비해 급증
서울시 ‘청년자살관련 실태분석 및 해결 연구용역’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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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왜 나만, 왜 우리만…”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상담전화에 도움을 요청한 청년(19~39세)들의 호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다. 주지영 서울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년들의 상담사례를 소개하며 “40~50대들은 주로 상실감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지만, 청년들은 가지지 못한 기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고 했다.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정신건강상담전화에 도움을 청하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9일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전체 상담건수 중 청년(20~30대)의 비중은 53%(남 43%, 여57%)로 전체 연령대중 가장 많다. 2018~2019년 39%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국민 전체가 실의에 빠졌던 코로나펜데믹 기간인 2020~2022년 47%보다 더 증가했다. 자살예방센터는 코로나펜데믹 기간 동안 경제난이 심화되고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도 덩달아 늘어난 것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이었어요. 대출까지 받아 코인을 투자했는데, 잘 안됐던 것 같습니다. 먹는 것과 입는 것에 들어가는 돈을 극단적으로 줄였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사회적 고립감도 커졌요. 이 청년 역시, ‘왜 우리만’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주 부센터 장의 말이다.
그는 “청년들은 아동 청소년기는 벗어 났지만, 아직 완전한 어른으로서 자리잡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환과정을 겪는 세대 입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본인이 ‘쓸모없다’고 느끼기도 합니다”고 했다.
단순히 상담건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자해·자살 시도에 따른 전국 응급실 이용은 4만3268건으로 이중 20, 30대가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20대가 1만2432건, 30대가 6071건이다.
실제 청년 자살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인구 10만명당 20대 자살률은 14.2명에서 22.5명으로 58.5%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 증가율 11.8%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기간동안 30대 자살률은 20.6명에서 23.1명으로 12.1%로 증가했다.
청년자살률이 늘면서 한국의 청년(20~34세) 자살률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2022년 기준 청년 자살률 22.6명으로 OECD 평균 10.6명의 2배가 넘는다. 청년 자살률은 2014년부터 꾸준히 감소하여 2017년 18.7명으로 줄었으나 2019년부터 증가하여 2020년(23.0명)부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이 2009년부터 청년층에 대한 지역 자살 대책과 경제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한 것과 달리, 국내에는 청년 층에 초점을 맞춘 자살 예방 정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8일 ‘청년자살관련 실태분석 및 해결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 보고회를 개최하고 청년 자살 예방 대책 마련에 첫 걸음을 뗐다. 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만 19~39세 서울 청년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해외의 청년 자살예방 정책 현황과 적용된 사례도 조사한다.
시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청년에 초점을 맞춘 자살 예방 대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