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日 기업 총손익 감소세로 접어들어
![]() |
7일 일본 도쿄의 주식 시장 표시판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걷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이웃 국가들에 경제 성장 순위가 밀리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이 지난해 대규모 인력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직종과 연령 구분 없이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으며, 흑자 기업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상장 기업 내에서 조기·희망퇴직자 모집인원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대비 3배 이상인 수치다. 일본의 기업 신용조사 업체인 도쿄 상공 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총 57개 상장기업이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다. 평균 모집 인원은 175명으로, 직전년도보다 2배가량 늘었다.
![]() |
지난해 12월 30일 도쿄 긴자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 |
희망퇴직자를 모집한 기업 중에서는 흑자 기업도 상당했다. 해당 조사에서 흑자 기업 비중은 60%를 차지해 최근 5년 중 희망퇴직자가 가장 많았던 2021년(44%)보다 많았다. 닛케이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이 늘어나는 것이 올해 특징”이라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근속 연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던 타케다 제약회사는 근속 연수나 나이을 제안없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섬유회사 카타쿠라 공업이 지난해 11월까지 실시한 희망퇴직 대상자도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었다.
일본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이유로는 기업 수익 악화에 따른 대비와 조직 개편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BOJ) 조사 결과 지난해 일본 기업의 총손익(실현손익과 평가손익을 합산한 수치)은 2023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초에 집계한 전망보다는 개선된 수치지만, 일본 기업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서게 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그 전 해인 2023년도 일본 기업 총손익은 2022년도 대비 12.6% 증가했다.
반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관련 채용은 늘리고 있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대신 전체 일자리 수는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 상승도 둔화할 전망이다.닛케이가 발표한 지난해 임금동향조사에 따르면 평균 임금인상률은 5.67%였다.다만 일부 기업의 임금이 크게 올랐을 뿐 임금인상률은 5%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은 56%로 절반 이상이었다.
내년에도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등 인력 감축은 계속될 전망이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본은 몇 년째 경제 순위가 하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지난 6일 국제통화기금(IMF)는 최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도 뒤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도 GDP 순위도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인도에 순위가 밀려 5위로 전망됐다.
도쿄상공리서치 담당자는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조기 퇴직 모집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