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 휴전→조기 종전…가자 운명, 트럼프 손에 달렸다

하마스가 협상 뒤집을 위험도 남아있어
가자지구 평화, 트럼프 정치 영향력 관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에 합의했지만, 6주간의 휴전 이후 조기 종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손에 달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한 휴전의 지속 가능성은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인사들로 가득 차 있으며, 첫 임기에서도 친이스라엘 조치를 시행하면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감을 보이지 않았다”며 “군사력이 심각하게 약화했지만 아직 근절되지 않은 하마스가 협상을 뒤집을 위험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휴전은 전쟁 발발 후 470일만이며, 1차 휴전이 파기된지 410일만이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며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인질 94명이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34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추정하고 있다.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이튿날 ‘철검’ 전쟁을 선포하고 하마스 소탕전에 나섰다. 이후 하마스는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와르 등 수장이 잇따라 살해당하며 지도부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 1만700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전쟁 한달여가 지난 2023년 11월 일주일 동안 휴전하면서 일부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교전이 재개됐다.

장기간 이어진 전쟁으로 누적 사상자만 10만명이 넘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4만6707명이 숨지고 11만26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재국 카타르와 하마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일단 42일간 교전을 멈춘 뒤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적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합의안을 보면 하마스는 6주간 이어질 휴전 첫 단계에서 인질 33명을 석방하게 된다. 이 가운데 여성, 19세 미만 어린이 등을 먼저 풀어주고 그다음으로 50세 이상 남성을 풀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9일 휴전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랍권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제를 포함하는 두 번째 휴전 2단계부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짚었다.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게 된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극우파 각료들의 반대 이견도 막판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미 극우파인 베잘렐 스몰리치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FT는 전했다. 향후 이스라엘에서 조기 총선이 이뤄진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그동안 피하려 했던 정치적 심판에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자지구의 통제권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FT는 “이스라엘과 미국, 중동 국가 모두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가 통제권을 되찾기를 원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도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가자지구와 관련해 자시만의 계획이 있는 것인지, 취임식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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