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미래를 준비하는 힘


글로벌 정세는 끊임없이 변화고 있으며, 기술 발전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과 불확실성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 또한 이미 알고 있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상황을 예측하고 그 영향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이 바로 그 방법이다.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경험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현재의 결정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작은 원자나 분자의 세계, 직접 탐사하기 어려운 우주, 위험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여기서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고성능 및 거대 컴퓨팅 능력이다. 단순히 빠르고 강력한 컴퓨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를 개발하고 운용할 인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할 과학적 기반이 모두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적으로 가장 유용하고 가능성 있는 결과를 제안하는 인공지능(AI)도 이러한 통합된 기반 위에 발전하고 있다. 유엔이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하며 기후변화 대응 탈탄소 소재 개발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글로벌 문제 해결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도구로 자리 잡으며 더 강력한 도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런 컴퓨팅 기반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각국은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양자컴퓨팅 기술을 국방 및 국가 안보에 활용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포함했다. 이는 컴퓨팅을 활용한 시뮬레이션과 예측 기술이 안보와 경제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일 것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적자원, 과학적 기반을 포괄하는 컴퓨팅 능력의 보유가 단순히 과학적 연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조업, 금융,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와 고급 컴퓨팅 기술을 결합하면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준비할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가 우리 스스로의 손 끝에서 구축되는 컴퓨팅 기술과 활용 능력임이 자명해 보인다. 이러한 능력을 확충하는 방법에 있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로서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단순한 도구의 활용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가올 세상을 만들어가는 열쇠로서 자리매김 되어 미지의 영역을 넘어서고 경제적 우위를 달성하는 미래를 기대 해본다.

박찬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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