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 신중 기해야” 연일 주의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며 정치권이 술렁이는 가운데 ‘상승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 결집이 사실상 중도와 거리가 먼 ‘극우’ 진영에서 이뤄졌다는 진단과 함께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구속된 뒤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크게 뒤지지 않거나, 심지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0%로 각각 집계됐다. 일주일 전 실시된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5.7%p 상승하고, 민주당은 3.2%p 하락하면서 지난주 1.4%p로 오차범위 내에 있던 양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7.5%p)으로 벌어졌다.
함께 실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 조사에서도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48.6%)’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46.2%)’를 웃돌았다.
여권에서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 지지율이 내리 저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해 놀랄 만한 추세란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다소 냉정한 분석이 제기된다. 보수 성향 유권자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아진 것을 보면 비상계엄 선포로 와해됐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뭉친 것은 맞지만,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다수의 부동·무당층 중 정치 저관여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뇌리에 ‘계엄’과 ‘탄핵’이 깊이 각인된 만큼, 이른 시일 내 조기대선이 실시된다면 국민의힘이 선전하기는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최근의 보수 결집이 ‘극우’를 주류로 한다는 점도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강성 우파 이미지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도 ‘극우 주류화’를 방증하는 지표로 거론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95% 신뢰수준에 ±3.1%p)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28%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3%가 김 장관을 꼽았다.
지도부도 이 같은 지적을 고려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결코 우리 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해 주신 게 아니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모으라는 질책과 당부의 뜻(권성동 원내대표)”, “구성원 모두가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여권 후보로 ‘김 장관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너무 커지면 분당(分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선 필패”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 한동훈 당시 지도부에서 대안으로 논의됐던 ‘질서있는 조기퇴진’ 계획이 무산되면서 중도 확장의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반면 대선 레이스의 흥행 요인으로 ‘김문수 현상’을 긍정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김 장관이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중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8%였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9.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