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SMC 이사회서 최윤범 회장 등 물러나…문제 미리 인식”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썬메탈코퍼레이션스(SMC) 이사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최 회장의 사촌인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등 2명이 최근 물러난 사실을 언급하며, “영풍 주식 매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미리 인지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23일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홈페이지를 인용, SMC 이사회 4명(최윤범, 마이클 최, 박기덕, 이승채) 중 지난 1월 10일 자로 최 회장과 마이클 최(한국명 최주원) 등 2명이 물러났다고 밝혔다. 현재 SMC 이사진으론 나머지 2명(박기덕, 이승채)만 남아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SMC가 575억원 회사돈을 의결권 없는 주식 매입에 쓰게 하는 등 SMC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자행해야 하기에, 사전에 2명만 이사회에서 빠져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법상 자기주식 거래 문제를 비롯, 이사 충실의 의무 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갖고 있던 영풍 주식을 SMC가 매수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날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난항을 겪고 있다. 오전 9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위임장 확인 절차로 개회가 계속 지연됐다.

이날 임시주총이 열리는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로비엔 조끼를 입고 띠를 두른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입구 앞에서 ‘투기자본 MBK’, ‘집중투표제 도입’, ‘국가핵심기술을 지키자’ 등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맹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임세준 기자


이날 주총에 앞서 최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앞세웠다. 임시주총 전날 영풍정밀은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3%를 SMC에 장외거래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SMC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설립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다. 고려아연 측은 회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의 주식 10%를 초과로 갖고 있으면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법에 근거,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영풍과 MBK 측의 신규이사 선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회사인 SMC를 동원하고서 외국회사인 SMC에 대해 국내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 측은 “SMC는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전날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로 밝혔으나, 이날 오전에는 ‘Australian Proprietary Limited (Pty Ltd) Company’로 정정했다.

또, “상법 교과서와 해설서를 봐도 외국기업이라도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없고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