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들짝…트럼프 “김정은, 터프한 녀석” 대화 의지 담겨

외교부 “북한 절대 핵 보유국 지위 아냐”
방미 시점 관심…NCG 회의 동력 될수도
전문가 “美, 대화로 도발 잠재우겠단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문혜현·서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쏟아낸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 “터프한 녀석(cookie)” 발언이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회의론에 대한 불식에 나섰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그간의 한미동맹 기조나 대북정책 변화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조기 미북 대화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21일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가 아님을 공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정상 등 대북 관여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응해 왔다고 밝혀온 트럼프 행정부 1기 및 대선 과정에서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잇달아 나오는 ‘비핵화 기조 변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은 ‘전임 대통령이 주요 안보 위협으로 어떤 것을 지목했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에게 지금 많은 위협이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한은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화를 통한 대북 억제 전략’을 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발언만으로 한반도 비핵화, 한미일 공조 연결고리가 훼손된 게 아니냐는 해석은 아직은 빠르다”며 “북한에 대한 인식 자체가 핵을 가진 국가라는 점을 인정하고 접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보유국은 NPT가 인정한 ‘핵무기보유국(nuclear-weapon state)’과 국제법적으로 용어가 구별되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핵보유국(nuclear power)’라는 용어는 국제사회에서 NPT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발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양 연구위원은 “핵을 갖고있는 북한과의 대화를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봐야한다”며 “트럼프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이에 따라 우리가 미국에 어떤 것을 제시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트럼프 1기 때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이에 따라 정부가 미북 대화에 대응할 한미 간 소통 채널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대화 의지에 한국의 이해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 일각에선 미국의 이같은 발언을 한미 핵협의그룹(NCG)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미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4차 NCG회의를 개최하고 유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바이든 정부에서 만든 NCG 회의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사실상 북핵 위협을 인정하고 있기에 NCG를 더 강화하자는 주장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는 5차 NCG 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했지만, 시기를 명시하진 않은 상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조기 방미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미 상원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인준안을 통과시켜 공식 활동이 시작된 만큼 조속한 물밑 접촉을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트럼프 신행정부와 대면 행사를 포함한 소통을 위한 접촉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은 사실상 미국을 무시하며 핵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는 기조를 보였다. 그 때문에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책 기조를 살피며 대화를 통해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개인적인 친분은 인정하지만, 아직 미국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강 대 강 대미 기조는 유지하면서 전격적인 대화 협상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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