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심화되며 80~90%대로 하락
대표 아파트 아니고선 유찰 잇따라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중앙역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1가구는 감정가 27억1900만원에 첫 경매가 진행됐는데 29억8599만9000원에 매각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약 110%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날 진행된 삼성동 ‘삼성신도브래뉴’ 전용 82㎡ 경매가 감정가 11억9000만원, 매각가 9억210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약 77%에 그쳤다. 해당 아파트는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권리상 하자가 없지만 두 차례 유찰된 후 새 주인을 찾았다.
#.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16일 감정가 36억3000만원에 진행된 첫 경매에서 36억5110만원에 매각돼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그러나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는 한 차례 유찰 후 이달 초 감정가 38억7000만원의 92% 수준인 35억6200만원에 매각됐다.
집값 선행지표로 꼽히는 낙찰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00%를 웃돌던 강남·서초구 아파트 낙찰가율도 시장 상황에 따라 경매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며 80~90%대로 떨어졌다. 두 지역 내에서도 수요가 많은 선호단지, 중소형 아파트들은 여전히 다수가 응찰해 웃돈을 얹어 낙찰해가지만 비선호, 대형면적 단지들은 유찰이 거듭되거나 감정가보다 수억원 이상 하락한 가격에 매각되는 등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24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5.84%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109.03%)까지 100%대를 유지하던 낙찰가율은 11월 99.8%로 떨어진 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서초구 아파트 낙찰가율 또한 지난해 10~11월 10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80%대로 내려갔다. 지난달은 81.63%를 기록해 전월(112.27%) 대비 3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는 2023년 12월(80.4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같은 강남권 지역의 아파트 낙찰가율 하락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입지, 가격 등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응찰하는 분위기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경매가 진행된 강남·서초구 아파트 경매 20건 중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 건 9건이었는데, 지역 내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자이’, ‘래미안대치팰리스’,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장 상황 자체가 예전만큼 못하고 강남권 내에서도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가는 곳은 일부 단지일 뿐”이라며 “비선호 단지이거나 수요가 제한적이고 자금이 많이 필요한 대형아파트 등의 낙찰가율은 낮을 수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수치가 하락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매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강남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하향세를 그리며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96.77%→11월 95.96%→12월 91.94%의 추이를 보였다. 아울러 같은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 비율) 또한 39.8%를 기록하며 9개월 만에 40%선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