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청 감사서 드러나, 경찰도 수사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등학교 전경..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안효정 기자] 한국프로농구(KBL) 선수 출신으로 명지고(서울 서대문구)에 근무하는 농구부 교사와 코치가 학교의 재산인 농구코트를 사적으로 임의 대관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파악된 횟수만 100번이 넘는다. 명지고는 농구 선수 ‘등용문’으로 알려진 사립학교다.
농구코트를 비롯한 학교의 다목적관은 서대문구청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등 혈세로 관리되는 시설로 교사의 사사로운 임의 대관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서대문경찰서는 명지고 농구코트 임의대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2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대문경찰서는 명지고 교사와 농구부 감독을 겸했던 교사 A씨를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또다른 농구부 코치 B씨와 함께 학교 농구 코트를 외부 사람들에게 임의로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씨에 대한 고발장은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임의대관을 통해 A씨가 부당이익 등을 취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A와 B씨 두 사람은 모두 프로농구팀 출신이다. A씨는 은퇴 후 2009년부터 명지고 교사로 재직 중이고 B씨는 2020년부터 농구부 전임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명지고 농구코트 임의대관 의혹은 이미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명지고 민원조사 결과 처분서’를 통해 A·B씨의 임의 대관 비위를 인정했다.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등학교의 농구코트. [독자 제공] |
교육청이 작성한 처분서를 보면 두 사람은 최소 2022년부터 농구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지인이나 후배, 학교 졸업생 등이 주말에 농구장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확인한 임의대관 횟수는 ▷2022년 44회 ▷2023년 29회 ▷2024년(10월까지) 29회 등이다. 3년 사이에만 100회를 웃돈다.
게다가 이들은 일반인들에게 돈을 받고 농구 레슨을 하는 사설업체에도 두 차례 코트를 빌려줬다. 장소를 빌려주는 대가로 이 업체는 명지고 농구부 선수들에게 무료로 기술 지도를 2~3차례 해주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명지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기술 지도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A·B씨는 학교 시설 관리 책임자인 행정실장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명지고 운동장 및 다목적관 사용 허가 공고’에 따르면 학교의 다목적관을 외부 단체나 개인이 사용하려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등학교의 농구코트. [독자 제공] |
서울시교육청은 유지관리에 세금도 지원되는 학교 다목적관이 일부 교사에 의해 사사로이 대관된 것을 심각하게 봤다. 이에 “학교시설을 부적정한 방식으로 외부인이 사용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는 경고, B씨에겐 주의 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은 교육청의 감사 처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두 교사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징계위원회도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입장을 묻는 헤럴드경제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B씨는 “대관 문의가 있으면 A 선생님에게 문의를 했는데 이후 A 선생님이 학교에 정식 보고를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농구선수나 농구부 사이에서는 관례 처럼 후배들이 농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관에 따라) 부당이익을 받은 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