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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신진화 지음, 글항아리)=빙하는 대기의 상태나 화산 활동과 같은 과거 기후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빙하 곁에서 숨겨진 지구 역사를 연구한 저자는 국내 유일 여성 빙하학자로, 지난 2023년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당시 한 달 동안 극지의 혹독한 시추 현장에서 그가 마주하게 된 변화무쌍한 장면과 그때의 심경이 무엇보다 생생하게 묘사된다. 눈앞에 놓인 삶의 단편만이 아닌 지구적 관점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의미를 조망하며 다각도로 살피는 저자의 시선마다 책임감이 배어 있다.
쉬운 문장으로 빙하 연구의 핵심 개념을 전하는 저자의 미덕도 발휘됐다. 누구라도 녹고 있는 빙하가 개인의 삶에, 사회의 방향에, 지구의 미래에 전하는 통찰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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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패닉(유신익 지음, 거인의 정원)=‘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공포가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트럼프의 귀환은 오히려 반겨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트럼프의 파격적인 행보는 종잡을 수 없어 보이지만, 실상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일관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을 실행하고 되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던 닉슨과 달리 트럼프는 오히려 여론에 따라 유연하게 뒤바꾸기도 한다고도 설명한다. 금리가 천천히 내려가고, 미국 경제에는 단기 호황이 찾아오며, 의외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트럼프가 잘 맞는다는 저자의 예측에 따라 한국이 세계질서 패닉으로 급변할 ‘트럼프 2.0 시대’를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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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맥스 디킨스 지음·이경태 옮김, 창비)=공론장에서 소통하는 것보다 남초 커뮤니티 내 배타적 세계관에 열중하는 20대 남성 A씨, 혼술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40대 남성 B씨….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맥스 디킨스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사회학, 역사, 심리학, 철학 등을 넘나들며 과시와 경쟁, 조롱과 모멸, 음주와 호색으로 점철된 남성집단의 문화와 그에 따른 인간관계 문제를 성찰한다.
남성에게 삶은 일련의 남성성 경쟁으로, 각자도생하는 사이 ‘베스트프렌드’라 부를 만한 친구는 남아 있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고립되고 괴퍅해진다. 노년 남성들은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 속에 고독사를 맞는다. 저자는 남성들의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남성 사회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감정에 솔직해지고 이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백하기를 권한다.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나 있는 자신을 마주한 남성들에게 이 책은 유쾌한 너스레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