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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지난 2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경기서 팀 동료의 득점에 기뻐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005년 12월4일. V리그 코트에 첫발을 디딘 17세 막내는 현대건설과 데뷔전서 무려 29득점하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만 19년이 지난 작년 12월5일 IBK기업은행전서도 그는 28점을 올렸다. 승리 후 “도대체 몇살까지 배구를 하란 말이냐”며 너스레를 떨었던 그는 지난 13일 충격적인 은퇴 선언을 하며 코트와 작별을 알렸다.
여자 배구의 월드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37·흥국생명)이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데뷔 20년차 김연경은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3-1 역전승으로 8연승을 견인한 뒤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 시즌 끝나고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선택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사실 예고된 은퇴였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김연경은 지난 9일 진행된 김해란 은퇴식 때 “해란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말하며 은퇴를 시사했다.
김연경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배구를 해왔고, 많이 고민했다.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은퇴해도 아쉬울 거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국내에서 흥국생명 원클럽맨으로 뛰었던 김연경은 구단과도 조율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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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에서 강호 도미니카를 꺾고 환호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
1988년생인 김연경은 여전히 V리그 톱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다. 이날 GS칼텍스전서도 팀내 최다인 19점을 올리며 37세의 나이에도 정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총 521득점으로 전체 6위, 국내 선수 1위에 올라 있다.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 훈련량을 소화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 덕분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을 3차례 챔피언결정전 정상으로 이끌었고 MVP는 역대 최다인 6차례 수상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런던 때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는데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가 받는 MVP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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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대회 MVP를 수상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경기 모습 [게티이미지] |
타점 높은 공격과 파워, 유연성, 안정된 수비를 갖춘 ‘배구 천재’ 김연경은 미국의 힘과 일본의 기술, 브라질의 순발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튀르키예와 일본, 중국 등 해외무대에서도 활약한 그는 올시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 마지막 챔피언전 우승인 2009년 이후 16년만의 통합 우승을 꿈꾸고 있다.
김연경이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 반지를 끼고 화려한 ‘라스트 댄스’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