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병원장과 다르네” 환자 살리려고 이렇게까지…구급차 타고 5시간 질주

ECMO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를 한림대성심병원의 Mobile ICU(중증환자 전담구급차)로 이송하는 모습. [한림대의료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생명이 위급한 중증환자를 살리고자 흉부외과 출신인 병원장과 중환자실이 ‘직접’ 움직였다. 무려 왕복 280㎞ 거리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 26분.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장과 ECMO팀 의료진 2명, 양원석 응급의학과 교수 및 의료진 2명 등 6명이 탑승한 중증환자 전담구급차 ‘Mobile ICU’가 경기 안양에서 출발, 충북 제천으로 향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환자 A씨(여·87)를 이송하기 위해서다. A씨는 호흡부전 증세로 충북 제천 한 종합병원에 입원,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던 중 병세가 악화돼 심기능이 저하됐다. 이후 심인성 쇼크가 발생해 같은 달 18일부턴 ECMO(체외막 산소 공급 장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선 수준급 ECMO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의 전원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경기 안양의 한림대성심병원으로 결정됐다.

지난달 27일 한림대성심병원이 중증환자 전담구급차 Mobile ICU를 통해 제천에서 안양까지 중증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한림대의료원 제공]


문제는 제천에서 안양까지 140㎞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도 ECMO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심지어 당시 설 연휴와 겹쳐 귀성길 차량이 도로를 채웠고, 폭설까지 겹쳤다.

일반적인 환자 이송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ECMO 치료 권위자인 김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Mobile ICU에 탔다. 폭설과 교통 체증을 뚫고 5시간 만에 제천 병원에 도착한 의료진은 환자에게 ECMO 장비를 장착한 후 출발, 철저한 모니터링과 처치 속에 약 3시간 만에 안양 한림대성심병원에 도착했다. 왕복 280km 거리를 병원장이 직접 오간 셈이다.

A씨는 일주일 만에 ECMO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현재는 호흡기내과로 전과돼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중증환자 전담구급차 Mobile ICU(왼쪽)와 일반 구급차. Mobile ICU는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넓고, 많은 내부 전력을 쓸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이는 일반 구급차보다 크기와 성능이 월등하게 특수 제작된 Mobile ICU의 공이 컸다.

한림대성심병원 Mobile ICU는 길이 7.56m, 너비 2.37m, 높이 2.92m로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넓다.

내부에는 ECMO, 인공호흡기, 환자 모니터링 장비, 고유량 산소치료기 등 중증환자 생명 유지를 위한 의료장비가 탑재돼 있다.

일반 구급차보다 더 많은 내부 전력을 쓸 수 있고, 산소통도 일반 구급차에 비해 4배 이상 실을 수 있어 ECMO와 인공호흡기 동시 사용이 가능해 장거리 이송에도 적합하다.

출동 시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3인으로 구성된 Mobile ICU 전담팀이 함께 탑승한다. 간호사 1명, 응급구조사 1명이 조를 이뤄 5개 팀이 3교대로 24시간, 365일 근무 체제를 이어간다.

Mobile ICU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중증 외상, 신생아중환자 등 긴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한림대성심병원 일송문화홀에서 열린 중증환자 전담구급차 Mobile ICU 출범식. 왼쪽부터 한림대성심병원 소속 윤금선 간호부장, 이승대 행정부원장, 김형수 병원장, 하상욱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유영철 경기도청 보건건강국장,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김순기 동안구보건소장, 한영자 만안구보건소장. [한림대의료원 제공]


한림대성심병원 Mobile ICU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3개월간 총 92건의 이송을 수행했다. 누적 이송 거리는 3263㎞에 달하며, 1건당 평균 35.4㎞를 운행했다.

향후에는 중증환자의 병원 간 이송뿐 아니라 재난 발생 시 현장 의료를 지원하고, 항공이송과 연계한 중증환자 이송까지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병원장은 지난 5일 열린 Mobile ICU 출범식에서 “한림대성심병원은 중증환자 이송체계의 선도적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의료진 교육과 장기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업의 효과성을 면밀히 분석해 전국적인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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