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트렁크에 영아 방치해 살해’ 40대 친부 항소심서 무죄

법원 “친부 영장 기각되자 친모 진술 번복…믿을 수 없어”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생후 10일 된 아기를 차 트렁크에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친부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1부(원익선 김동규 김종기 고법판사)는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2023년 12월 29일 연인 관계인 B씨가 병원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하자, B씨와 공모해 지난해 1월 8일 퇴원한 영아를 쇼핑백에 담아 차량 트렁크에 약 일주일간 방치해 저체온증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 시신을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해변 수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1심 재판에서부터 “친모가 퇴원하면서 피해자를 바로 입양 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살해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피고인은 친모가 쇼핑백에 피해자를 넣어 차량 트렁크에 두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명시적으로 살인죄를 모의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친부와 친부 각자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 행위에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가담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친모와 공모해 범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긴급 체포됐을 당시부터 ‘친모가 병원을 통해 입양 보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런 피고인의 변소는 그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친모 B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B씨는 경찰 1·2차 피의자신문 당시에는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바로 입양 보냈다고 말했다’”면서 “‘단독으로 범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3차 피의자신문부터 ‘피고인이 아기를 버리자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진술 번복 시기가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였고, B씨가 당시 기각 사실을 알고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진술을 번복하게 된 유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항소심은 피해 영아가 이미 병원 퇴원 당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판단했다.

항소심은 “B씨는 병원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쇼핑백에 담은 후 병원을 나서 (피고인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이 법정에서 ‘화장실 내 다른 여성으로부터 아이가 너무 운다는 항의를 받아 피해자 입을 손과 손수건을 막았다. 몇 번 하니까 아이가 울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병원을 나올 당시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생존하고 있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A씨 공범으로 기소된 B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수원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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