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풀려는 트럼프…삼성·SK, 눈 뜨고 7조 날리나[비즈360]

트럼프 강공에 삼성·SK 미국 투자전략 흔들

‘반도체 보조금 뒤집기’에 공화당도 난색

삼성·SK 투자 지역 의원들 “반도체법 필요”

“협상 과정서 반도체 보조금 축소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법(Chips Act) 뒤집기’ 강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對美) 투자 전략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한국만을 콕 집어 관세인상 압박까지 시사하면서 국내 수출산업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1000억달러 대미 추가 투자 발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추가 투자 부담만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법만 믿고 미국에 공장 신설을 결정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7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날릴 수 있는 만큼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그나마 반도체법을 지지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짓기로 한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의 공화당 의원들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걸린 중요 사안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의 퍼듀대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곽노정(왼쪽 세 번째) SK하이닉스 사장과 토드 영(왼쪽 여섯번째)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토드 영 상원의원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반도체법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로 통과된 초당파적 법안인 만큼 실제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폐지하려면 의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일부 공화당 의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는 등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 기업들에겐 여전히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기를 무기로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법은 끔직한(horrible) 것이다. 없애야 한다(get rid of)”고 말한 것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반도체법을 발의했던 토드 영 상원의원이 ‘솔직히 놀랐다.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 의원은 반도체법을 두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라며 “행정부가 공급망 회복과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영 의원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짓는 인디애나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인디애나주 퍼듀대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투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바이든 정부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 수령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3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공화당 소속인 텍사스주 존 코닌 상원의원도 “반도체법이 이번주 TSMC의 추가 투자 발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법안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지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와 미국 제조업의 성공을 위해 반도체법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보조금이 아닌 관세만으로도 미국에 해외 기업들의 생산시설 유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재차 펼쳤다.

특히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의 4배 수준”이라며 한국을 겨냥한 관세인상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치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산 농산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팩트와 페이크(거짓)를 섞어 얘기하는 것이 협상 전략 중 하나”라며 “(이번 의회 연설로) 영향이 크든 작든 우리나라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보조금의 경우 협상의 여지가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 차원에서 빠른 대미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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