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장들 “푸틴 평화발언은 신기루…우크라 참여, 전면 휴전해야”

푸틴, 무기지원 중단 요구 일축
마크롱·숄츠 공동 대응 재확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베를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합의한 에너지 인프라 휴전에 대해 유럽 수장들은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의미 있는 평화 협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부분 휴전안을 환영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라며 부분 휴전이 여기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음 단계는 전면 휴전이어야 하며 가능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결정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목표는 “완전히 존중되는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휴전을 하는 것”이라며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그에 따른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상세하고 완전한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우크라이나의 협상 참여 없이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의지할 수 있다는 데 우리 둘 다 동의한다.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푸틴의 평화 발언에 ‘신기루(mirage)’라고 경고한 유럽 지도자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유럽 외무부 수장들은 전날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 중인 국제전략 대화인 ‘라이시나 다이얼로그(Raisina Dialogue)’에서 푸틴이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를 속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평화를 원한다는 것에 단 하나의 지표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나탄 브세비오프 에스토니아 외무부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지배를 원하고 있다는 목표가 여전하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럽 관리들의 이 같은 경고는 스스로를 궁극적인 협상가로 묘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실질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서방에 부담스러운 요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무기 및 정보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의 동원 및 재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말머 스테너가드 스웨덴 외무부 장관은 “지금은 러시아가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재공격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보장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능력을 능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유럽 수장들 사이에서 제기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러시아는 협상 기술에 능숙하며 얻어낸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협상의 성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브세비오프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이 일을 해왔다. 따라서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푸틴은 여론과 서방 지도자들을 조종하는 데 매우 능숙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는 훈련된 KGB 장교 출신이다”고 꼬집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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