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주 다음은 K-크래프트비어…맥주박람회서 발견한 ‘차세대 주류’

10~12일 코엑스서 맥주산업박람회 개최
다양한 개성·지역색 갖춘 양조장 부스 인기
수제맥주협회, 수제맥주 인증마크 사업 시작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 화수브루어리 부스 앞에서 관람객들이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K-크래프트비어(수제맥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 합니다. 제주에 있는 맥파이 브루어리는 수제맥주 본토인 미국에도 수출하고 있어요. 지난해 일본 수제맥주협회와 요코하마에서 개최한 크래프트비어 축제에 참가한 우리 업체들을 보니 일본 지비루(地ビル) 양조장보다 경쟁력이 뛰어났습니다. 퀄리티는 준비됐으니 시장을 다시 활성화해야죠.”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서 만난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엔데믹 이후 활기를 잃은 수제맥주 시장을 다시 일으키고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의 주조 실력이 세계 시장에 통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깔렸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편의점에서 수제맥주가 잘 팔리면서 시장점유율이 한때 3.5~4.0%까지 갔지만 지금은 2.5~3.0%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견조한 양조장을 100개까지 늘려 수제맥주의 시장점유율을 5%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 메즈나인 브루잉 컴퍼니 부스에서 직원이 잔에 시음용 맥주를 따르고 있다. 강승연 기자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서 논알콜 수제맥주 양조장인 어프리데이 직원이 시음용 맥주를 준비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다양한 개성과 지역색을 자랑하는 양조장들에 있다. 이날 박람회에서도 수제맥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프리데이, 더랜치브루잉, 화수브루어리, 안동브루잉컴퍼니 등 25개 수제맥주 양조장 부스에는 K-크래프트비어를 맛보려는 국내외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대한민국 1세대 수제맥주 양조장 화수브루어리는 실제 바닐라빈을 활용해 바닐라 향이 물씬 풍기는 부드러운 흑맥주 ‘바닐라 스타우트’를 선보였다. 효모 발효를 통해 첨가물 없이도 바나나 향을 내는 밀맥주 ‘경주맥주’도 시음을 해보려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화수 화수브루어리 대표는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 재료만으로 향과 맛을 내는 게 진짜 수제맥주의 매력”이라며 “마다가스카르 부르봉종 바닐라빈을 빼면 물과 공기까지 모두 경주산을 사용한 로컬맥주”라고 강조했다.

서울 마장동에 기반을 둔 메즈나인 브루잉 컴퍼니 부스에서는 다양한 효모를 활용한 저·고도주를 내놨다. 독일 쾰른 지역에서 온 쾰시 효모를 활용해 향긋한 꿀 향을 낸 ‘아이엠’, 양조장 인근 로스팅 카페에서 매일 공수하는 원두를 첨가해 커피 맛이 강하게 나는 ‘엠엔엠’ 등 제품별로 뚜렷한 개성을 뽐냈다.

2016년 설립된 안동브루잉컴퍼니는 안동 로컬 재료를 이용한 게 특징이다. 방아잎과 간장을 담글 때 생기는 소금을 더해 강렬한 신맛을 내는 사우어(sour) 맥주 ‘석복’은 물론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흑맥주 ‘배럴 에이지드 극야’를 이날 처음 공개해 관람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서 더랜치브루잉 부스 모습. 더랜치브루잉은 카이스트에 유학을 왔다가 수제맥주에 빠져 직접 양조장을 차린 프레데릭 휘센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매일유업 상하목장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 참가해 곧 출시 예정인 수제 햄과 소시지 제품을 선보였다. 강승연 기자


이 밖에도 논알콜로 페일에일, IPA 등을 선보이는 어프리데이, 카이스트 출신 프랑스인 대표가 운영하는 대전 유일의 양조장 더랜치브루잉, 짙은 홉 향을 내는 라거를 레트로 병맥주에 담아낸 더테이블브루잉, 지역 사회와 상생을 앞세운 동두천브루어리 등 각양각색의 양조장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이들 양조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증마크 부착 캠페인에도 나선다. 새로 도입하는 인증마크는 장인 정신으로 맥주를 만들고 마케팅보다 품질에 집중하는 ‘진짜’ 수제맥주임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제품 패키지에 부착할 예정이다. 협회는 이날 참가한 양조장부터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향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제맥주 양조장은 등록 기준 180여개로, 회원사는 70여개 정도다.

미국의 경우 양조자협회(BA)가 2017년 소규모 독립 수제맥주 양조장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제품에 ‘인디펜던트 크래프트 브루어 씰(Independent Craft Brewer Seal)’ 부착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전체 시장의 85%에 해당하는 4000여 개의 양조장이 이 마크를 채택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유사한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은 “편의점에 납품하려면 30만캔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소규모 양조장이 생산할 수 없는 양이다. 이를 맞추려고 대기업에 OEM(주문자생산방식)을 한 맥주를 대량 유통하다 보니 개성이 없어지고 수제맥주에 대한 신뢰도 하락했다”며 “소규모 양조장들의 강점인 다양성을 살려 향후 편의점에 K-크래프트비어 인증마크를 단 수제맥주 존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서 수제맥주 인증마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크래프트비어 인증마크는 검증된 양조장에서 제조한 진짜 수제맥주에 부여된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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