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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탄생시킨 뒤 25년째 기획과 섭외, 연출, 진행까지 맡고 있는 이종현 레저신문 국장. 이 국장은 “그린콘서트를 할 때마다 체중이 3㎏씩 빠질 정도로 고되지만, 하루 쉬고나면 다음해 프로그램 구상부터 시작한다”고 웃었다. [레저신문 제공]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우리 어릴 땐 공원마다 팻말이 세워져 있었어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전국민의 ‘잔디밭 트라우마’를 깨보자 생각했죠.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확신했거든요.”
눈부신 5월의 어느날,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서원밸리 골프클럽엔 신명나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낮에는 페어웨이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저녁엔 K-팝과 트로트 팬들의 함성이 가득찬다.
올해로 25년째 열리는 무료 자선 한류축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다.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 열리는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올해 5월 31일 펼쳐진다. 2000년 시작한 축제는 코로나19 시기에 잠시 중단돼 21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장민호·송가인·손태진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유닛, 피프티피프티, 이홍기, 딘딘, 윤종신, 정동하, 소향, 임한별 등 어느 때보다 화려한 출연진으로 더욱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국가대표 한류축제로 키운 숨은 주역이 있다.
그린콘서트를 탄생시킨 산파이자 매년 기획과 섭외, 연출, 진행을 도맡고 있는 이종현 레저신문 국장이다.
이종현 국장은 “벌써 25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콘서트 규모가 커지면서 행사 준비도 갈수록 힘에 부친다. 4시간 동안 사회를 보고 내려오면 녹초가 돼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다음날이면 내년엔 또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어볼까 구상하게 된다”며 웃었다.
그린콘서트는 1990년대 중반 이 국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극장에서 애국가 영상을 보던 중 어린 아이가 풍선을 들고 파란 잔디밭을 달려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수소문한 결과 영상 속 잔디밭은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이었다. 대한민국 1호 골프장, 군자리 코스가 있던 자리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던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친분 있는 골프장 대표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1년에 단 하루만 대중에게 골프장 잔디를 개방하자고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건 어렵겠다는 답변 뿐. 그러다 1999년 서원밸리GC를 인수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과 뜻이 맞았다. 그리고 2000년 서원밸리 개장 기념으로 첫발을 뗐다.
이 국장은 “최등규 회장님의 뚝심이 없었다면 그린콘서트가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5월 황금주말의 하루 매출, 행사 비용, 코스 복구 비용을 합하면 10억원이 족히 든다. 어느 회장이 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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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서원밸리GC에서 열리는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공연 모습 [서원밸리GC 제공] |
박학기와 유익종, 강은철 세 명만 출연했던 첫회의 소박한 콘서트는 이제 BTS, 아이유, 워너원, 비스트, 걸스데이, 백지영 등 200여팀의 가수가 거쳐간 별들의 무대가 됐다.
인근 주민 1500명이 전부였던 관객이 지난해 누적 57만명을 넘었고 올해 6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자선금은 올해 7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1989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12권의 골프 인문학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 이 국장은 자타공인 ‘아이디어맨’이다.
버디할 때마다 일정액을 기부하는 ‘사랑의 버디’도 그가 허석호 프로골퍼와 처음 시작했고, 국내 첫 골프구단 창단(2000년 이동수 골프단), 최초의 연예인 골프단 창단(2003년 ASX골프단)도 이 국장이 주도했다.
지난해엔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듄스코스에서 국내 골프장 최초로 한여름 EDM 파티를 열어 성황리에 마쳤다. 2030 세대와 여성 골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골프를 비롯한 다양한 나눔자선 활동에 앞장서 왔는데, 아무런 대가없이 오랜 기간 이어온 동기가 궁금했다.
이 국장은 33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 한 포대의 기적’, ‘연탄 한 장의 기적’ 기부 행사를 해오고 있고, 10년 넘게 서원힐스에서 다문화가정 무료 결혼식도 진행하고 있다. 의남매를 맺은 35년 인연의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그는 “어떤 이는 제게 ‘그린콘서트 입장료를 받으면 수익이 얼만데, 참 바보같다’고 하지만, 세상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어린 시절 집에 찾아온 거지에게 자식 줄 밥을 건네는 어머니한테 화를 냈는데, 어느날 보니 내가 그러고 있더라. 손해 좀 보면서 살라는 어머니 뜻이 내게 전해진 것같다”고 미소지었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의 성공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어요. 그 분들에게 평생 빚 갚는 마음으로 살아야죠. 올해 그린콘서트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오시는 분들도 상대를 배려하는 골프 에티켓과 공연 관람문화를 지키면서 다같이 행복한 축제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