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잔액 감소·투자 다변화로 지각변동
교보생명 피인수 등으로 SBI 반격 노려
![]() |
| OK저축은행이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저축은행 업계 1위가 12년 만에 바뀌었다. 2013년 출범 이후로 자산규모 1위를 지켜왔던 SBI저축은행을 OK저축은행이 따라잡은 것이다. 양사는 왕좌를 놓고 당분간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관련기사 본지 5월 20일자 17면 참조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OK저축은행 자산 규모는 13조6612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회사 창립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13조4073억원으로 작년 말(14조289억원)보다 6211억원이 줄었다.
이에 두 회사 간 자산규모 격차는 2534억원 규모로 역전됐다. 다만 수익성에선 SBI저축은행이 OK저축은행을 앞섰다. 1분기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억원으로 114억원을 기록한 OK저축은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번 지각변동은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줄어든 여파로 분석된다. 올 1분기 SBI저축은행의 수신은 1조3000억원이 감소한 반면 OK저축은행은 16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작년 말 기준 SBI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보다 자본 규모가 약 3370억원 큰 수준인데, 이번 수신 잔고 감소 폭이 이 격차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신 잔액 감소는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99조5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99조9128억원)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해 10월 103조원을 기록한 뒤 작년 1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OK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 성장세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 투자 등 수익원을 다변화한 덕이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는 갈수록 줄어드는 예대금리차와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이자이익만으로는 한계에 처한 상황이다. 최근 3개년 OK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잔액을 살펴보면 ▷2022년(5565억원) ▷2023년(9248억원) ▷작년 말(1조7231억원) 등으로 2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저평가된 은행주를 공략해 지분 투자에 뛰어든 효과도 컸다. 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OK저축은행이 들고 있는 금융지주 지분은 iM금융 9.70%와 JB금융 9.16% 수준이다. 2024년 결산배당을 통해 iM금융(81억원)과 JB금융(135억원)으로부터 216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도 OK저축은행은 단순 대출 중심의 자산 확대보다는 채권과 유가증권 중심의 투자자산을 확대하고 간접투자 등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마치기 전까지 왕좌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SBI저축은행이 핵심 상품인 중금리 대출 취급액을 늘리면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계가 취급한 중금리대출(사잇돌대출 제외) 취급액은 2조657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317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이 중 SBI저축은행이 올 1분기 취급한 중금리 대출 규모는 7064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93% 늘어난 수치로 업계 최대 규모다.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교보생명과의 시너지도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교보생명 고객을 잠재 고객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데다 연계 대출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재 교보생명은 일본 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가 가진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