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과 포괄적 합의 후 품목관세 면제 요구”

협상 마감 전 EU·미 무역수장 3일 회동
기본관세 받고 품목관세 폐지 요구할듯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스위스와 EU의 협력 강화 선언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에 포괄적인 무역 합의가 체결되는 즉시 특정 부문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했다.

오는 9일 0시(미 동부시간)까지인 관세협상 시한 전에 큰 틀의 합의를 체결하되 이후 세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달라는 것이다.

다수의 EU 회원국은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이런 조치가 포함되지 않으면 어떤 형태의 합의도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집행위는 27개 회원국의 무역정책 전권을 쥐고 있으나, 대외 협상 시에는 회원국 의견을 수렴하는 게 관례다.

회원국은 10% 기본관세를 유지하면서도 포괄적 합의 체결 시점부터 자동차·철강 관세 인하 혹은 면제 조치가 포함된 영국-미국 간 합의와 유사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 대사들이 전날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곧 방미하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에게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에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10% 기본관세 인하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특정 조건이 수반되면 10% 관세 유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할 전망이다.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미국에서 3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다.

사실상 협상 시한 종료 전 마지막 대면 협상 자리다.

양측은 미국 측이 제시한 2페이지 분량의 원칙적 합의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기한인 9일 전까지 합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EU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50%로 올라갈 수 있다.

EU 내부에서는 시한 내에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관세 유예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월부터 본격화한 협상 국면에서 계속 불거지는 EU 회원국간 입장차가 집행위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EU가 마련 중인 보복조치를 둘러싼 입장차가 크다.

가령 독일은 ‘불충분’하더라도 일단은 신속한 합의를 체결하자는 반면 프랑스는 10% 기본관세 유지 등 불균형한 조건은 수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국과 합의, 대(對)중국 무역분쟁 일시 휴전 등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경제주체들과 협상에서 더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 법무법인 사이들리 오스틴의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 테드 머피는 “EU는 무역협상처럼 접근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치명적인 실수”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상대국의) ‘항복 조건’을 협상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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