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아줌마와 미샤 비비크림?…“이제는 K뷰티로 불리죠”

김난도 서울대 교수 신간 ‘K뷰티 트렌드’
現 K뷰티 만든 ‘히스토리’ 조명해 눈길
“韓 소비자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 극찬

미샤 비타씨플러스 앰플 소개 광고 [에이블샵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마을에 ‘아모레 아줌마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엄마부터 이모, 할머니까지. 동네 여성들이 사랑방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먹고살기 힘들고 퍽퍽한 인생이라도, 삶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각양각색의 병에 담긴 화장품을 만져보고, 발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도 부드럽고 하얗게 해준대요.” 아모레 아줌마의 한 마디에 동네 여성들은 화장품을 찍어 볼에 바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신간 ‘K뷰티 트렌드’(미래의창)는 화장품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트렌드에 민감했던 ‘깐깐한’ 소비자들을 K뷰티 산업의 성장 원동력으로 조명한다. 이른바 ‘덕후력’이 최근 세계를 호령하는 K뷰티 산업을 있게 한 주역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문판매’ 신화를 이뤄낸 아모레 아줌마에 이어 ‘미샤 열풍’에도 주목한다. ‘세상이 멈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던 21세기의 초입(200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미샤 1호점 매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로 북적였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 주머니사정이 가벼운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진열대 위에 놓인 3300원짜리 립글로스를 손등에, 비비크림 샘플을 얼굴에 바른다. 거울 앞에서는 색을 비교한다.

이같은 깐깐한 내수 소비자들의 성향은 결국 K뷰티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화장품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은 프랑스,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24년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한국이 프랑스(16.7%)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전체 1위(22.1%)였다.

SK-II 등 화장품을 우리 나라에 수출했던 일본에서도 최근 한국 화장품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시장 점유율은 줄곧 1위.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연 20%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는 이런 화장품 인기가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K컬처의 수혜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K콘텐츠가 인기 있는 나라와 K뷰티가 잘나가는 나라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라면서 “K콘텐츠의 인기가 일종의 플러스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K뷰티 시장의 숨은 설계자는 고객인데, 섬세하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 맞추다 보니, 한국 화장품 생태계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할 수 있었다”라면서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덕후력이야말로, K뷰티를 쏘아 올린 핵심 추진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로션 하나 바르고 말 것을, 한국에선 세안제(클렌저)로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 스킨-로션-크림 등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화장 단계를 거치기에 다양한 제품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소비자 역량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런 소비자들에게 매일매일 단련된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K뷰티가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선 제품의 짧은 주기, 마케팅 과열 경쟁, 한국산인 양 속이며 전 세계에 유통되는 가품 문제, 현지 소비자에게 밀착 서비스할 수 있는 현지화 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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