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도 바깥도 볼 수 없는 열악환 환경…“물에선 냄새가 났다”
합법적 B1 비자 출장에도 체포…미국 담당자 “나도 몰라” 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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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7일간 구금된 근로자들이 겪은 일이 담긴 구금일지가 언론에 공개됐다. 해당 구금일지에서 전해진 일주일 동안의 시간에는 ‘인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한 근로자 A씨의 ‘구금일지’에는 참혹했던 당시 구금시설 환경과 인권 침해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합법적인 B1 비자(출장 등에 활용되는 단기 상용 비자)로 입국한 A씨는 두 달간 업무 미팅 및 교육을 위한 출장 도중 케이블타이에 손목이 묶인 채 체포됐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일 오전 10시께 갑자기 찾아왔다.그리고는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한 근로자들에 대해 1차 몸수색을 진행했다.
A씨는 신분증과 여권도 못 챙길 정도로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약 3시간이 지난 오후1시20분께 ICE 요원들은 외국인 체포 영장(warrant arrest for alien) 관련 서류를 나눠주며 근로자들에게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A씨의 일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서류에 대한 설명도, ‘미란다 원칙’ 고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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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
그는 고압적 분위기 탓에 한줄 한줄 영어를 해석해가며 서류를 작성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A씨는 “근로자들은 이 종이를 작성하면 풀려나는 줄 알고 종이를 제출했다”며 서류 제출 후 손목에는 빨간 팔찌를 채웠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이후 요원들은 서류를 제출한 근로자들의 짐을 뺏기 시작했고 양파망 같이 생긴 가방에 휴대전화 등 짐을 넣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심각한 분위기를 눈치챈 A씨는 짐 가방 사이에 있던 휴대전화를 몰래 켠 뒤 가족과 회사에 ‘연락이 안 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전원을 종료했다.
A씨는 9시간 넘게 대기하다 손목에 케이블타이가 바짝 채워진 채 호송차에 탑승했고 먼저 간 사람들은 쇠사슬로 허리, 다리, 손목까지 채워진 채 이동했다고 한다. 호송차 내부에서는 에어컨을 켜주지 않았고 변기가 있어 지린내가 심각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근로자들은 구금 초반에 72인실 임시 시설로 이동했다. 1번부터 5번 방까지 있었고 구금자들은 방을 옮겨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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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연합] |
늘어선 이층 침대와 함께 공용으로 쓰는 변기 4개, 소변기 2개가 있었는데 시계도 없고 바깥도 볼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침대 매트에는 곰팡이가 펴있었고 발 디딤 틈이 없는 공간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란 어려웠다. 변기 옆에는 겨우 하체를 덮는 천만 있어 A씨는 생리 현상을 참으며 버텼다고 회상했다.
A씨는 “생필품, 수건도 지급 못 받은 채 잠이 들었다”며 “지인이 수건을 하나 줘서 수건을 덮고 잠이 들었다”고 기록했다.
임시 공간이 너무 추워 근로자들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있어야 했다. 몸을 녹이기 위해 일부는 전자레인지에 수건을 돌렸다. 치약, 칫솔, 담요, 데오드란트 등이 제공됐지만 제공된 물에서는 냄새가 났다.
A씨는 4일차에 입소 절차가 끝난 뒤 2인 1실 방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구금자 규모가 워낙 커 관련 절차가 늦어진 경우에는 72인실에만 머문 사람도 존재한다.펜과 종이는 제공되지 않아 A씨는 서류 작성 시기에 빼둔 종이와 펜으로 구금 일지를 기록했다고 한다.
겨우 버텨가던 구금 3일차였던 6일, ICE의 인터뷰가 있었다. 먼저 ICE 요원들은 ‘자발적 출국 서류’를 나눠준 뒤 서명하라고 했는데 상당수 구금자는 ‘불법’이란 단어로 채워진 서류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일단 서명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대기하던 A씨는 3일 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인터뷰 장소로 움직였다. 양손 지문을 찍은 뒤 ICE 요원 2명이 A씨 서류를 살펴보며 ‘무슨 일을 했냐’고 첫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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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
A씨가 업무 미팅 및 교육을 위한 출장을 왔다고 답변하자 이후 별다른 질문이 없던 요원은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남한)인지를 물었고 A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직원들은 웃는 표정으로 대화하며 ‘노스 코리아’(North Korea·북한), ‘로켓맨’(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붙인 별명) 등을 언급했지만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참았다”고 적었다. 농담·장난을 하는 것 같았지만 혹여나 서류에서 무엇인가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A씨는 “나는 적법한 B-1 절차로 들어왔고 그 목적에 맞는 행위를 했는데 왜 잡혀 온 것이냐”고 묻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겠고 위에 사람들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일부 요원들은 다른 구금자에게 ICE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고 적혔다.
구금 4일차인 7일에는 총영사관 및 외교부 직원 4명이 구금자들을 만나 “다들 집에 먼저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사인하라는 것에 무조건 사인하라”고 했다고 한다. 분쟁이 생기면 최소 4개월에서 수년간 구금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인하면 강제 출국 당해 비자는 취소되고, 전세기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내했다고 전해졌다.
A씨는 그날 밤 11시께 4일 만에 정식 입소 절차를 밟았는데 이때 죄수복으로 처음 옷을 갈아입고 키, 몸무게, 혈압 등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새벽 3시께 A씨는 2인 1실 방으로 이동했다. 해당 건물은 방이 50개가 있었고 방마다 변기와 책상 2층 침대가 있었다고 한다.
5일차인 8일에도 외교부 직원들이 구금자들을 찾아왔다.
A씨는 “B-1 비자로 들어온 게 왜 불법인지에 대해 파악이 안 된 것 같아 화가 났다”며 “자발적 출국 서류에 사인한 후에 우리를 무조건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느껴져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기록했다.
그 뒤로는 별다른 안내 없이 대기해야 했다. 언제 나갈지 말이 없고 예정보다 석방이 미뤄지며 구금자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결국 근로자들은 11일 새벽 1시께부터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지옥 같던 구금 시설을 떠나게 됐다.
근로자 330명(한국인 316명·외국인 14명)은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을 타고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