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정부 결정 집행해야”…금융당국 두 수장 첫 회동서 ‘한 목소리’

임원회의서 “책임감·경각심 가져라” 경고
입법지원 TF 즉시 가동 지시
회동서 “조직개편 세부사항 준비”
비대위 “국민은 뒷전, 윗선 눈치 살피기”


이찬진 금감원장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조직개편 관련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 원장이 이날 첫 회동에서도 조직개편 취지에 맞게 세부사항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조직·업무 분리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개월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발표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금감원 본연의 역할 수행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전날 국회가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만큼 추가 개정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의견을 내는 등 국회 법률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임원들에게 “감독원 본연의 업무에 일체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최고 수준의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담당 업무를 확실히 챙겨달라”며 질책 섞인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임원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임원들이 선배로서 직원들 정서에 공감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임원들까지 일손을 놓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질책으로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취임식에서 직원들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공직자로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게 우리 책무이자 의무”라며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이미 수용 의사를 밝힌 마당에 금감원만 끝까지 반대 집회를 하는 집단으로 비쳐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장 집무실에서 첫 회동을 했다.

금융위는 “18년 만에 정부 차원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추진됨에 따라 개편 취지에 부합하게 세부사항을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와 감독기구 책임성 강화 등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개편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격주로 금융위원장·금감원장 간 주례회의, 월 1회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간 정례만남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리스크 관리 등에서 ‘한 팀으로 일관성 있게(One-Team, One-Voice)’ 대응하기로 했다.

이 원장의 이런 입장은 금감원 내부 동요와 혼란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노조와 면담에서 “조직 분리 비효율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노조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날 “금감원 본연의 역할 수행”을 강조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조직개편안은 금감원을 분리해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이 원장 입장과 관련해 “실망스럽다”며 “수용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정부 결정이 금융소비자, 금융시장, 국가경쟁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에도 정부 결정을 따라야 하나”라며 “이 원장이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금융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은 뒷전으로 하고 윗선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날로 엿새째 출근 전 ‘검은 옷’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직원은 개별적으로 대통령실 인근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도 나서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국회 앞 야외 집회 등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등 여론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