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3000원짜리 방이 64만원?”…APEC 앞둔 경주 숙박업소 ‘바가지 논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전경 [경주시]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지역 숙박업소들이 숙박요금을 평소보다 많게는 10배 넘게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주 시내에 자리 잡은 대다수 숙박업소는 APEC 행사가 열리는 다음 달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요금을 크게 올려받고 있다.

한 유명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A업소는 평일 기준 5만원인 숙박 요금을 이 기간 34만원으로 29만원 인상해 책정했다. B업소는 4만3000원에서 64만원으로 14배 가까이 올렸으며, C업소는 4만2000원에서 30만원으로 7배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숙박업소는 이미 예약이 끝나 APEC 기간에 경주를 방문해야 하는 관광객이나 타지역 주민은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을 내거나 경주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는 숙소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바가지요금 논란이 일자 경주시는 지난 16일 주낙영 시장 명의로 호텔, 모텔 등 지역 숙박업소 400여곳에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편지에서 “최근 일부 숙박업소의 바가지 요금으로 경주시 숙박업소 전체가 비판을 받고 있으니 합리적이고 투명한 요금 책정으로 신뢰를 높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로 다시 찾고 싶은 경주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과 직접 의사소통하며 만족도 향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속초·울릉도 등 전국서도 ‘바가지’ 속출


일본인 여행 유튜버 ‘후지와라노미이’는 지난해 3월 속초 도착 직후 예약했던 7만원 숙소가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7만원대 숙소를 예약했지만 곧바로 거절당했고, 같은 숙소는 가격을 37만원으로 올린 채 빈방으로 남아 있었다. [유튜브 갈무리]


국내 관광지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관광객들이 해외로 나가는 주요 이유로 지목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는 오는 11월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숙박요금이 폭등했다.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축제 당일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숙소의 하루 숙박비는 10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최대 4명이 머물 수 있는 숙소는 183만원을 넘어섰고, 원룸·투룸형 숙소도 100만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10월 주말 평균 숙박비(20만~30만원)의 5배 이상이다.

지난 3월에는 강원도 속초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피해를 본 사례가 뒤늦게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일본인 여행 유튜버 ‘후지와라노미이’는 지난해 3월 속초 도착 직후 예약했던 7만원 숙소가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7만원대 숙소를 예약했지만 곧바로 거절당했고, 같은 숙소는 가격을 37만원으로 올린 채 빈방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삼일절 공휴일을 앞두고 저가 예약을 취소한 뒤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추정했다.

울릉도에서는 지난 7월 유튜버 ‘꾸준’이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한 응대를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한 식당에서는 1인분 1만5000원짜리 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으나 비계 덩어리 두 점이 제공됐고, 숙박시설에서는 에어컨 고장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 그는 “전국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오전 10시30분 체크아웃에 냉장고는 실온인데 숙박비는 9만원이었다”고 비판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울릉도 가지 말자”는 누리꾼 반응이 이어졌고, 일부는 여행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울릉군수는 “섬 특수성으로 물가가 높지만, 불합리한 가격과 불친절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 “바가지 요금, 지방 관광 발목”… 대책 마련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전국 곳곳에서 바가지 논란이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바가지 요금’을 지목하고 법률과 제도로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부산의 바가지 이야기가 있다”면서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 데 제일 큰 장애 요인이 자영업자들로 인해 사고가 가끔 난다. 바가지 씌우는 것을 단속할 방법이 없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강원도도 그래서 타격이 엄청난 모양이더라”라면서 “사소한 것에 이익을 얻으려다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 “상권이나 상인연합회에서 자율규제하는 것을 유도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율적 사항이라고 방치하기에는 공공에 대한 피해가 너무 크다. 연구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광 산업의 (역할 비중이) 상당히 큰 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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