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OLED마저 中에 내줄 판…稅혜택 확대 등 정부 강력지원 있어야 생존”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이러다 일본처럼 될라”…벼랑 내몰린 K-디스플레이
韓, LCD 이어 OLED까지 中에 추월 우려
2030년 OLED 양산 규모 中 역전 전망
中 이외 국가들과 디스플레이 동맹도 대안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1990년대 우리가 디스플레이 종주국이었던 일본을 추월한 방식 그대로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태양광처럼 디스플레이도 중국의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이준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주관으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업인들과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에 맞서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마저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LCD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며 “LCD에서 벌어들인 돈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우리나라에는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LED 기술력은 아직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중국이 양산(캐파) 경쟁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제적으로 충남 아산에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양산을 앞둔 가운데 BOE와 비전옥스, 차이나스타도 8.6세대 OLED 투자를 결정하고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이준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장비 발주가 6개월 늦은 BOE가 8.6세대 OLED 양산 시점을 당초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1분기로 앞당기겠다고 했다”며 “BOE와 비전옥스, 차이나스타까지 합치면 2030년 8.6세대 OLED 캐파는 중국이 한국을 앞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 우리 정부는 기업들이 양산 경쟁력을 갖추도록 특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캐파에서 뒤지면 물량 대결, 양산 대결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 김현일 기자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이날 세미나에서 세액공제 혜택 확대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요구했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연구개발·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이월공제 기간이 10년으로 제한돼 있는데 대규모 장치 산업인 디스플레이는 장기간 막대한 투자를 하는 만큼 투자 회수까지 15년 이상 걸린다”며 “이월공제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해야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과감한 기술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현행법상 적자를 보거나 법인세를 내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시설·R&D 투자 시 손익 여부에 관계 없이 그 해 바로 일정 금액을 정부가 직접 환급해주는 제도와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는 제3자 양도제가 도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중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 이외의 국가들과 ‘산업 동맹’을 맺고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라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처럼 신흥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 부원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업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기업 뒤에 국가가 있다”며 “원팀이 돼야 중국을 겨우 이길 수 있다. 규모의 힘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