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가 국가핵심기술?” 무려 15년 전 얘기…떼돈 벌 기회에 수출도 못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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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정보원도 관리하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정부는 국가 안보와 경제에 핵심 기술을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하고 해외 유출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돼 국가의 안전보장 및 경제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을 특별 관리해 보호하는 제도다.

현재 반도체 11개, 디스플레이 2개, 조선 8개 등 총 13개 분야, 76개 기술을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생명공학’ 분야에 포함된 기술이 보톡스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눔 톡신이다.

정부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기술을, 2016년 톡신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포함시켰다. 보툴리눔 균주는 76개 국가핵심기술 중 유일하게 ‘기술’이 아닌 ‘유형물’이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시 정부의 승인 절차를 단계별로 받아야 한다. 기술 이전, 라이선스 계약, 합작 투자 단계에서 시간이 소요돼, 해외 파트너사가 협력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제약업계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보툴리눔 톡신 수출 승인에 평균 74일, 최대 12개월이 소요되며, 이로 인한 연간 수출 지연 손실은 약 1000억원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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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취소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해외 인허가, 제조공정 개선, 해외 임상연구 등 진행 과정에서 여러차례 정부 승인절차가 요구되며, 이를 해외 파트너사에 이해시키기 위해 상당한 행정과 인력 투입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후 5년, 10년이 지나 기술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과거의 잣대로 규제가 유지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정 기관인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지정 유지의 타당성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산업부에 보툴리눔 톡신 관련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64억9000만달러(9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2029년에는 101억달러(14조5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보안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면서도 의약품 상용화는 적극 지원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균주 자체의 특이성보다는 대량 생산 및 분리·정제 기술이 훨씬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균주가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균주의 독점적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과도한 규제가 외국 기업과의 공동 개발 등 기술 개발을 저해하고 있고, 관련 법령과 고시가 많아 기업에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선진국들은 보툴리눔 톡신의 위험 관리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규제가 지나치게 과잉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아니더라도 생화학무기법, 테러방지법, 약사법 등을 통해서도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반면 이날 토론회 객석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메디톡스와 휴젤 등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발제자들은 균주를 쉽게 구매해 만들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과 국가만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상업화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을 상용화한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주기술을 탈취했다며 제기한 민형사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휴젤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통한 보호 관리로 기술 유출 대응, 불법 의약품 근절 등 산업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톡신 시장 선발주자인 메디톡스와 휴젤은 이미 관련 기술 허가와 승인 요건을 충족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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