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쟁 8개 끝냈다” 트럼프 큰소리 쳐도 노벨평화상 어려운 이유[디브리핑]

오슬로 평화연구소장 “트럼프, 다자주의→고립주의 택해…노벨 정신과 달라”
가자 휴전 발표에도 도박사이트서 트럼프 수상 확률 6%

이스라엘 총리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9알(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라, 그는 자격이 있다”고 썼다. 또 금빛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걸고 두 손을 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곁에 서서 미소 짓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해당 사진에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문구와 미국·이스라엘 양국 국기도 담겼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 이틀 전인 지난 8일 가자전쟁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며 수상의 영예를 안을 지 주목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상을 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평화협상 합의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7개의 전쟁을 해결했고, 이번이 여덟 번째”라고 큰소리를 쳤음에도 미국 베팅사이트에선 그의 수상 확률을 6%로 점쳤을 정도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다자주의적 국제질서를 탈피하고 고립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슬로 평화연구소장 “트럼프, WHO·파리기후협약 등 탈퇴…노벨정신과 달라”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 직원이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연구소에서 노벨 평화 메달 복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9일(현지시간) 니나 그레거 오슬로 평화연구소장은 타임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협력보다는 고립주의적 노선을 강화한 것이 노벨 평화상 수상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벨위원회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평화·군축·국제 협력을 증진한 인물을 기리는 독립적인 기구”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을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약, 그리고 국제 조세 협정에서 탈퇴시켰다. 이러한 결정은 다자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며, 국가 간의 우애를 강조한 노벨의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등 미국의 해외 원조를 대폭 삭감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수단의 기아 구호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까지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업들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 밖의 알프레드 노벨 흉상. [로이터]

그레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축 분야에서도 노벨의 방향성과 상반되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이 어려운 이유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지난 1987년 소련(현 러시아)과 체결했던 역사적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INF는 미·소 양측이 선제공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서로 감축·철수하는 내용을 담은, 냉전 종식의 중대한 발걸음으로 평가받는 조약이다. 이 같은 점에서 군비의 점진적 감축과 국가 간 상호 신뢰 구축에 초점을 둔 노벨의 지향점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맞지 않다고 그레거 소장은 지적했다.

이 외로 그레거 소장은 “국내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대화보다는 ‘질서와 통제’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워싱턴DC, 캘리포니아, 테네시 등지에서 그는 주 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으며, 미국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단계 평화 계획에 합의한 후 예루살렘 구시가지 벽에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가 투사되고 있다. [로이터]

다만 오슬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부 거뒀다고 했다. 지난 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안한 ‘20개 항목의 가자 평화 구상’ 3단계 중 1단계에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평화 구상에서 팔레스타인을 배제해 노벨이 의도했던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인 평화’가 실제로 정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그레거 소장은 짚었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도박사이트 확률 6%…트럼프는 “못받아도 괜찮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 [로이터]

외국 도박사이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확률은 저조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미국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노벨 평화상을 받을 확률을 6%로 점쳤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확률은 이 사이트에서 지난 5일 4.9%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7일 2.7%로 떨어진 바 있다. 다만 가자 휴전 소식이 나오면서 수상 확률이 소폭 상승했지만 수상 후보로 지목된 활동가 단체 긴급대응실(29%), 국경없는의사회(13%),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돼야 한다며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언급하며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라, 그는 자격이 있다”고 썼다. 또 금빛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걸고 두 손을 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곁에 서서 미소 짓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해당 사진에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문구와 미국·이스라엘 양국 국기도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미국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마스트(플로리다)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 폭스뉴스에 “노르웨이에 앉아 있는 그 학자들과 엘리트들, 그 상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며 “그 위원회가 ‘힘을 통한 평화’를 믿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은 ‘아첨을 통한 평화’를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정부 역시 지난 6월 미국의 중재로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결단력 있는 외교적 개입과 핵심적 리더십”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다시 후보자로 고려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해 “역사상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적인 없다. 하지만 그들(노벨위원회)은 내게 상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벨위원회를 향해 다소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던 전날과는 달라진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그들(노벨위원회)은 그들이 해야할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괜찮다”며 “나는 그것(노벨 평화상) 때문에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것이며, 그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몹시 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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