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에 쓰려다 난리났다” ‘수백억원’ 내놓을 판…국민 포털도 결국, 못 피했다

언론 단체, 네이버 소송 예고…“AI 무단 학습”

미국 기업은 언론 협약으로 저작권 논란 차단

업계 “해외와 달리 한국 AI 제도 손질 미비”

“과기부, 수수방관…보상체계 적극 마련해야”

네이버 사옥 [연합]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등 자사 인공지능(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언론 단체가 수백억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예고했다.

미국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한국 진출 초기부터 언론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은 것과 대비돼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AI 정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저작권 제도 손질을 방관하면서 국내 AI 개발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언론사 단체 “네이버 AI, 뉴스 무단 학습”…소송 배상금 ‘수백억원’ 예상

16일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소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방송협회는 올해 초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대상으로 AI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중파 3사에 각 2억원, 총 6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최 의원은 부분 피해액이 5억원을 넘긴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방송협회가 향후 네이버에 수백억원 배상액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소장을 통해 “네이버가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습에 쓴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지식인, 국립국어원의 모두 말뭉치, 위키피디아 등 데이터 가운데 뉴스는 13.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신문협회 또한 지난 4월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 사용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공정위 판단에 따라 각 언론사에 손해 배상 청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2023년 8월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DAN) 2023’에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아울러 신문협회는 하이퍼클로바뿐만 아니라 ‘큐:’, ‘AI 브리핑’ 등 네이버의 AI 기반 검색 서비스 역시 기사의 주요 내용을 무단 복제·요약·재구성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AI 요약 등 과정에서 원문을 왜곡하거나 중요 정보를 빠뜨리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AI 기업은 협약으로 저작권 논란 ‘원천 차단’…“국내 AI 제도 손질 시급”

이는 미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대비되는 행보다. 퍼플렉시티는 한국 진출 초기부터 국내 언론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고, 수익 배분 구조를 갖추면서 저작권 갈등을 피해 왔다. 지난해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본격 한국에 진출한 퍼플렉시티는 지난 2월 국내 언론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으면서 시장 확장에 나섰다. 검색 답변에 언론사 기사를 우선 노출해 저작권 분쟁을 피하고, 언론사와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업계는 이 같은 차이의 배경으로 미국의 AI 저작권 활용 환경을 꼽는다. 현재 미국은 사업자가 저작권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조건으로 ‘공정 이용’ 원칙을 준수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공익성, 시장 영향 등을 따져 해당 데이터 사용이 ‘공정’하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퍼플렉시티 로고 [로이터]

지난해부터 미국 내 AI 기업과 언론사 간 저작권 분쟁이 거세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023년 12월 뉴욕타임즈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난해 6월 뉴욕포스트는 퍼플렉시티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서 지속해서 AI 기업과 언론사 간 저작권 소송이 제기돼, 규제 기관이 관련 법안을 예민하게 바라본 영향으로 퍼플렉시티 또한 한국 진출 시 이 같은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자 국내 언론사와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도 저작권 소송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고 했다.

AI 저작권 제도를 손질하고 있는 곳은 미국 뿐만 아니다. 유럽연합(EU)은 TDM(연구 목적인 대량의 텍스트·데이터 활용)은 무조건 허용하나, 일반적인 데이터 활용 시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허용한다. 일본은 이미 2018년 저작권법을 개정해 연구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의 TDM까지 허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AI 제도 수수방관” 업계 지적…국정감사서도 입방아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관련 제도 손질을 방관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AI 산업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산업 간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음에도 주무 부처가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수수방관하고 있디”며 “AI 학습 관련 저작권 면책 요건을 정비하고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지난 13일 국회 과방위가 진행한 과기정통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AI 요약 기능도 도입돼 언론사 트래픽 유입 줄어드는 이중고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현 네이버 검색·데이터 플랫폼 부문장(부사장)은 “AI 브리핑 등 서비스로 창작자 트래픽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창작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배경훈 부총리는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하게 수익을 나누는 ‘AI 상생 가이드라인’ 기준 마련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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