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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연합] |
올해만 75명 선고받아
대부분 징역형 실형…총책급 징역 20년
감금·감시 엄격한 규율로 관리
[헤럴드경제=박지영·이영기 기자]캄보디아에서 범죄 활동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64명이 속속 구속되는 가운데 이들이 가담한 조직의 범죄 수법과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동남아 현지 범죄조직에 가담한 경우에는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다녀온 10명 중 6명 3년 이상 실형=21일 헤럴드경제가 올해 선고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에 연루된 75명 피고인의 28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3년 이상 실형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피고인들은 범행 전체를 총괄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책, 피해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투자 사기나 로맨스스캠을 벌인 유인책, 유인책을 캄보디아로 데려오는 모집책,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받을 계좌를 제공한 자금 세탁책·송금책, 피해금을 인출하는 인출책 등으로 분류된다. 범죄 가담 정도와 피해액수 등에 따라 형이 선고됐다. ‘총책급’ 관리자로 인정된 피고인은 징역 2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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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 연루 형량별 분류 |
구체적으로 ▷무죄 2명 ▷벌금형 1명 ▷집행유예 11명 ▷징역 3년 미만 실형 15명 ▷징역 3년 이상 5년 미만 실형 28명 ▷징역 5년 이상 징역 10년 미만 15명 ▷징역 10년 이상 3명 등이었다. 피고인들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숙소 등에서 근무했다.
대부분의 피고인은 ‘유인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40명의 피고인들이 주식투자 리딩방을 개설하거나 로맨스스캠 채팅을 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일부 유인책들은 범행에 가담할 다른 한국인들을 모집·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 교육을 받은 뒤 한국으로 귀국해 현금을 인출한 이들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 받은 사례는 약 1년 동안 범죄조직의 사실상 ‘총책’으로 활동한 A씨였다. A씨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프놈펜, 우동 지역에서 활동한 거대 범죄조직의 총책급 관리자였다. 대전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박진환)는 지난 5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통신사기피해환급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범죄단체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년이 넘는 기간 ‘사장’이라고 불리며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관리해 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 끌어들였다”며 “다른 중국인 조직원들과 합심해 유사한 수법의 사기 범행을 계속 준비하고, 주식 리딩방을 소개하는 ‘오토콜’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광범위한 사기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했다”고 했다. A씨를 보필하면서 관리책·모집책으로 활동한 B씨 또한 징역 13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수 심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동남아에 자리 잡은 범죄조직과 관련된 판결은 이미 많이 쌓여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젊은 청년들을 끌어들여 범죄에 연루시키고, 이들이 한국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직접 사기 행각을 벌인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형량이 강화되면서 국내에서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피고인들도 실형이 나온다. 캄보디아까지 간 경우라면 범죄를 인지하고도 가담한 경우가 많아 중형이 선고된다”고 했다.
2023년 11월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법이 개정되면서 하부 조직원이라 할 수 있는 현금 수거책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최대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조직성’이 강조되면서 총책이나 관리자가 아닌 하부 조직원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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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 체계도 |
▶범죄 수법 고스란히…예견된 죽음이었나=판결문에는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 수법이 자세히 적혀있다. 총책-중간관리자-하부조직원으로 이어지는 조직 구성부터 여권·휴대전화를 빼앗고 사설경비원을 배치해 통제하는 등 현재 문제 되는 살해·고문·감금 피해를 예견할 수 있는 정황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캄보디아 현지 주식 리딩방에 가담해 실형을 선고받은 C씨가 가담한 조직은 체계적으로 관리됐다. 캄보디아 프레이벵에 위치한 이 조직은 ‘주식 사이트 관련된 일을 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지원자들을 모았다.
조직은 항공권까지 제공하며 지원자들을 끌어모았고 캄보디아에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고 감금했다. 사무실에 가둔 후 사기 범행에 관한 교육하며 신규 조직원으로 가입시켰다. 주된 업무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고수익 주식 정보가 있다”고 속여 피해금을 이체하도록 부추기는 일이었다.
근무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근무시간 동안 유튜브나 영상 시청도 해선 안 됐다. 규율을 어기면 벌금을 내야 했다. 근태 감시를 하는 ‘전기봉’을 든 조직원까지 상주했다. C씨는 조직의 팀원으로서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하부 조직원인 ‘매니저’ 역할을 맡은 점이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할당량’을 주고 범죄를 시킨 조직도 있었다. D씨는 2024년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캄보디아 범죄조직에서 일했다. 허위 거래소 사이트를 이용한 해외선물(금) 투자 사기, 쇼핑몰 사기, 몸캠 피싱 등 각종 피싱 범죄를 닥치는대로 하는 조직이었다.
조직에는 ‘업무 매뉴얼’이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 업무시간에는 받은 컴퓨터와 대포폰 외 사용 금지,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휴식 금지 등이다. D씨는 매일 약 30명을 상대로 혼인 빙자 사기를 벌였다. D씨는 공범이 ‘함께 귀국하자’고 제안했지만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제안을 거절하고 범행을 이어가다 검거됐다. D씨는 6개월 동안 약 16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D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범죄조직이라는 점을 알고도 캄보디아로 향한 사례도 있었다. E씨는 캄보디아 현지 조직원으로부터 ‘자금 세탁’ 등 업무를 제안받고 지난해 8월 출국했다. 본인의 도박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서였다. E씨가 속한 조직은 가상화폐 리딩범죄를 통해 57명의 피해자로부터 무려 104억원을 갈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E씨는 여권을 소지하고 지냈고, 외출도 자유로웠다. 현지에서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카지노에 자주 드나들었다. 감금, 폭행 등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경은 이날까지 지난 18일 범죄에 연루돼 캄보디아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송환된 피의자 64명 중 49명을 구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