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사비 4배 부풀려도 ‘통과’… 에너지공단, 전력기금 부정 대출 검증 부실

허종식, 태양광 불법 대출 공소장 분석 … 에너지공단 총체적 관리 부실 드러나


허종식 국회의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에너지공단이 공사비를 수배로 부풀린 허위 계약서를 검증하지 못해,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태양광 불법대출 사기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시공업체가 수십 차례 사기 대출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에너지공단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금추천서를 남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부담금 중 규모가 가장 큰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의 3.2%로 조성돼 신재생에너지·전력망 등 각종 전력 산업 투자 재원으로 사용된다. 올해 예상 징수 규모는 2조6880억원에 달한다.

28일 국회 산업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전주·광주지검의 ‘태양광 정책자금 불법 대출 사기’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실제 공사비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 원을 부풀린 ‘업(UP)계약서’를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KEA)에 제출해 ‘자금추천서’를 발급받고, 이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국민 전기요금(전력기금)을 재원으로 한 정책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허 의원에 따르면 KEA는 해당 사기의 핵심 수단인 ‘업(UP)계약서’의 진위나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검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실제 공사비가 4500만원에 불과한 공사를 1억8000만원으로 4배나 부풀려 자금 추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에너지공당은 이 허위 계약서를 그대로 승인하고 1억5600만원의 자금추천서를 발급해줬다.

광주지검 사건에서도 실제 공사비 2억5500만원을 3억6000만원으로 부풀린 계약서가 여과 없이 통과되어 3억1000만원의 자금추천서가 발급됐다.

KEA의 허술한 검증시스템은 시공업체가 대출 신청 과정을 직접 주도하는 구조적 허점을 방치했다.

광주지검 공소장의 10개 범죄사실에 따르면 발전사업자(농업인·축산업자 등)에게 “자부담금 없이 대출받게 해 주겠다”면서 ‘공인인증서’를 건네받아 KEA의 홈페이지에 발전사업자 대신 접속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허 의원은 “이해관계자인 시공사가 기금 신청의 ‘선수’로 뛰었지만, 에너지공단 본인 확인 절차나 대리 신청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KEA의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도 역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지검 사건의 경우 A시공사 1곳은 3년간 무려 28회에 걸쳐 동일한 수법으로 총 53억원의 불법 대출을 실행했다. 광주지검 사건도 B시공사가 역시 10회에 걸쳐 28억원을 편취했다. 동일한 업체가 수십 차례 반복적으로 사기 대출을 신청하는 동안 에너지공단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추천서를 남발, 공적 기금 관리 기관으로서 역할에 실패했던 것이다.

허 의원은 “수십억원의 혈세가 유출되는 동안 에너지공단이 사실상 사기 행각의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라며 “전력기금 집행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함께 시공업체의 대리 신청 금지, 적정 공사비 검증 시스템 도입 등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출금 약 717억원 규모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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