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라면’ 기대했던 외국인들, 여기로 몰린다

K-라면에 토핑 넣고 직접 끓여
미국 ‘한강 라면’ 체험으로 인기
한국 매장도 ‘관광 코스’로 부상

 

k-라면 전문점 ‘슬러프앤십’을 찾은 고객이 주문대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SNS 캡처]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벽면에는 라면이 빼곡히 꽂아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라면 도서관(Ramyun Library)’이다. 라면 표기는 일본식 표현인 라멘(RAMEN)이 아니다. 한국식 ‘라면(RAMYUN)’이 적힌 K-라면 편의점이다.

한국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라면 매장이 입소문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한국 여행의 필수코스로 인기다.

댈러스 ‘라면 도서관’은 일반 편의점과 달리 컵라면보다 ‘봉지 라면’의 수가 월등히 많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부터 한국인이 즐겨 먹는 너구리·안성탕면·진라면·참깨라면 등 모든 K-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라면 전문점과의 차이점은 ‘나만의 라면 레시피’를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달걀·파·버섯·치즈·만두 등의 토핑도 직접 골라 매운맛을 줄이거나 새로운 맛을 시도할 수 있다.

라면과 ‘꿀조합’인 김치나 단무지, 즉석밥, 삼각김밥 등도 있다. 식사 후엔 슬러시, 아이스크림, 호떡 등으로 입가심한다.

특히 K-드라마에서 보던 ‘한강 라면’을 현지에서 체험할 수 있어서 인기다. 매장에는 한강 공원 매점에 있는 ‘즉석 라면 제조기’가 놓여 있다. 일명 ‘한강 라면’은 외국인이 맛보고 싶은 K-푸드로 손꼽힌다. ‘한강에서 라면 끓여 먹기’는 한국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윤미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미주지역 본부장은 “한국식 즉석라면 전문점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매장도 점차 늘고 있다”며 “매장 벽면에는 형형색색의 라면 포장지가 채워져 있어 팝아트 같은 인테리어 분위기가 나고, 스피커에서는 K-팝이 흘러나온다”고 설명했다. 현지 반응도 전했다.

그는 “라면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재미, 한국식 토핑을 마음껏 조합한 나만의 맛, 한국 편의점 문화 경험 등의 요소가 현지인에게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댈러스 ‘라면 도서관’은 지난 2023년 12월 문을 열었다. 루이지애나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슬러프앤십(Slurp&Sip)’과 버지니아주의 ‘라면집(The Ramyun Zip)’도 유사 매장이다.

미국의 저명한 외식업 매체 이터(Eater)는 지난해 ‘슬러프앤십’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특수 조리 기계가 국물·면·토핑을 취향에 맞춰 완벽하게 조리해 준다”고 소개했다. 특히 수많은 라면 레시피 중에서도 “매운 ‘신라면 블랙’에 달걀과 파를 추가해서 먹을 것”을 추천했다.

‘슬러프앤십’의 라면 가격은 6~7달러(약 8600~1만원)이다. 토핑은 무료다. 달걀·밥·옥수수 등은 1~3.5달러로 추가 구매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매거진은 “맛있고 편리한 K-라면 매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은 곳”이라고 전했다.

실제 현지 인플루언서(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켈리심플리잇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라면 도서관’ 방문 콘텐츠는 화제를 모았다. 해외 네티즌들은 “맥도날드처럼 전 세계에 퍼질 기세”, “맙소사, 한국에서 먹었던 한강 라면을 맛볼 수 있다니”, “꿈의 세계”, “올해 목표는 여기 가는 것”, “라면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실제 먹어보면 평범한 라면이 절대 아니다”, “젠장, 여기서 라면을 모두 쓸어 담아버렸다”,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렸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특히 “우리 지역에 없다는 게 화가 난다”, “독일에도 만들어 주세요”, “오스틴에는 왜 없는 거야!” 등의 반응처럼 자신의 지역에도 매장이 생기길 바라는 댓글이 많았다.

국내 관련 매장은 외국인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CU는 서울 마포구 홍대에 2023년 라면 특화매장인 ‘CU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전국에 총 55곳의 매장이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1~9월 ‘CU 라면 라이브러리’의 면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3.8%”라고 말했다.

윤미정 본부장은 “한국의 라면 문화를 외식 형태로 발전시킨 라면 매장은 외국인에게 독특한 ‘체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험 중심 외식’이라는 트렌드 속에서 젊은 세대와 K-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라며 “물가 상승 시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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