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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의사당 인근에 사는 79세 도나 브레슬린은 자신의 집 앞마당을 ‘트럼프 정책 묘지’로 꾸몄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수도 워싱턴DC 일부 지역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정치적 풍자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9개월째를 맞은 지금, 일부 주민들은 그의 예산 삭감·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규범 파괴적 정책에 대한 반발로 ‘반(反)트럼프’ 야외 전시물을 내걸었다.
이번 핼러윈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중 하나와 시기가 겹쳤다.
연방의사당 인근에 사는 79세 도나 브레슬린은 자신의 집 앞마당을 ‘트럼프 정책 묘지’로 꾸몄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내린 여러 정책이 미국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다”고 말하며, 아마존에서 구입한 무덤비 16개를 손수 칠해 세웠다.
무덤비에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보건·과학 연구’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 중 보건·과학 연구 분야와 해외 원조 삭감을 풍자한 것이다.
워싱턴 지역은 이번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셧다운 여파로 수많은 공무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양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워싱턴DC 유권자의 약 90%는 민주당 지지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 삭감이 “비효율적이고 비대한 연방 관료 조직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쉬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반(反)트럼프 장식은 민주당의 공허한 제스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이에 백악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민주당 지도자들을 풍자한 가면 사진과 함께, “왕관은 포함되지 않음(Not included crown)”이라는 문구가 담긴 트럼프 본인의 코스튬 이미지를 올리며 맞불을 놨다.
이는 최근 수만 명이 “왕은 없다(No Kings)”를 외치며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한 시위를 희화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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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집 근처에 청진기를 목에 건 해골 옆에 “아픈 자의 장관(Secretary of Sick)”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로이터] |
올해 핼러윈 전시의 또 다른 표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다. 그는 직원 감축과 함께 “백신이 아동에게 해롭다”는 주장을 옹호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케네디 장관이 거주하는 워싱턴 북서부 조지타운 일대에는 백신 관련 문구를 단 해골 장식이 잇따라 등장했다. 그의 집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3미터 높이의 거대한 해골과 “안녕, 나는 월리야! 백신은 생명을 구해. 나는 알아!”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졌다.
또 다른 집 울타리에는 청진기를 목에 건 해골이 매달려 있었고, 옆에는 “아픈 자의 장관(Secretary of Sick)”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주민 크리스틴 페인(66)은 창가에 어린이 크기의 해골을 세우고, “백신을 맞았더라면 좋았을 텐데(Wish I had taken my vaccine)”라는 메시지를 붙였다.
페인은 “그의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웃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며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특히 워싱턴에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정치색 짙은 핼러윈 전시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정권 비판의 통로이자 시민 표현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주민은 “워싱턴은 본래 정치의 도시다. 우리가 이 나라의 현실에 대해 침묵한다면, 그게 더 두려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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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 참석해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고 있다. [AP] |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백악관에서 열린 할로윈 행사에 참석해,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수백 명의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줬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그리고 비밀경호국 요원으로 각각 분장한 세 남매가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닮은 복장을 한 소년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고, 세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