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 패키지’ 관세협상 후속 예산, 국회서 전부 제동

“협상 내용 몰라” “용처 불분명”
野 반대로 줄줄이 감액·보류
팩트시트 공개 지연에 발목
다음주 예결소위 신경전 예고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를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편성한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1조9000억원) 예산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관세협상 결과 공개가 지연되면서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야당의 반대로 상임위별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감액되거나 아예 보류된 것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의 패키지 예산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모두 감액되거나 보류됐다. 기재위 소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7000억원) 예산은 전날 소위 심사에서 국민의힘의 반대로 보류됐다. 김태년·정일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세협상 후속조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 원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관세협상의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고 국회 비준 논란도 있다”며 반대했다.

정무위 소관인 한국산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6300억원) 예산도 절반이 깎인 3150억원만 편성된 채 전날 소위 문턱을 넘었다. 마찬가지로 김상훈·유영하·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불투명한 관세 협상 결과를 문제삼았다. 앞서 국민의힘에선 “정확한 용처를 알 수 없고, 본래 목적과 달리 산은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서만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전액 감액’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산자위 소관인 한국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5700억원)은 전날 소위에서 1000억원 감액됐다. 강승규·구자근·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팩트시트가 나오지 않았고 양해각서(MOU) 체결도 안 됐다”, “협상 체결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돈(예산)을 먼저 내는 게 말이 되냐”는 취지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결과는 번번히 거대 여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던 야당의 요구가 관철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FS) 공개가 지연되면서 정부·여당도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에서 감액이 결정된 예산을 예결위에서 다시 증액할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의 의견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위와 정무위, 산자위 모두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다.

다만 정부의 팩트시트 공개가 임박하면서 다음주부터 가동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결소위에서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정부가 공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당이 감액·보류된 예산을 다시 원상복구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간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입법과 예산으로 이어가겠다(김병기 원내대표)”며 관련 예산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정부에 관세협상 합의 내용을 반영한 구체적인 보완책을 국회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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