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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박혜원 기자]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 16일 민관 합동회의 발언)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6일 민관 합동회의 발언)
결국 이번에도 기업들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한국 경제사(史)의 기로 때마다 난제를 푸는 키맨으로 활약해 온 우리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협상의 중요 길목에서도 항상 정부 협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마무리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동시에 국내 투자의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부상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GDP·국내총생산)은 투자, 소비,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의 합으로 산출된다. GDP 성장의 핵심 요소인 투자가 저조할 경우 안 그래도 저성장 국면에 봉착한 우리 경제가 더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붙는 와중에서도 역대급 국내 투자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확정된 이후인 지난 16일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의 총수들을 민관 합동회의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재계 총수들은 이에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를 불식시켰다. 삼성(450조원), SK(128조원), 현대차(125조2000억원), LG(100조원) 등 7개 그룹은 향후 3~5년간 합산 833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협력사 지원 등 상생 방안도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해 청년 실업문제 해소에 앞장설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실제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한다. 이 밖에도 직접 거래가 없는 2·3차 중소 협력사 5000여곳을 대상으로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원자재 구매와 운영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17일 이번 주요 그룹의 투자 발표에 대해 “미국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니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도 많았는데,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고 여전히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의 고용 창출 계획에 대해서도 “적절한 수준을 넘어 많은 규모인데, 지금 기업들이 투자하는 쪽이 인공지능이나 반도체로 사실 지금 발표한 숫자 만큼의 많은 인력이 필요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 정도로 밝힌 것은 반도체 투자에서 이어지는 파생 산업이나, 협력사들까지 아울러 아주 적극적인 고용 창출 의지를 보인 것이고, 특히 일자리 감소로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으로서 역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도 “제조업 공동화가 심해지고 중국 공세도 심화되는 만큼 대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번 발표는 굉장히 중요하고, 경기를 다운턴(경기하강국면)에서 업턴(경기상승국면)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