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한미 협상, 정상회담 직전 1시간 내 마무리…8월엔 ‘사인’ 안 해 무산될 뻔”

“한미 협상 초기 문서 미국 입장에서만 쓰여”
“트럼프, 8월 논의 당시 핵잠을 핵무기 탑재로 이해”
10월 정상회담 당일 김정관-러트닉 문자로 급진전
“역사의 한고비 넘겨…이제 갈 길 멀다”
‘국회 고성’엔 “말려준 우상호에 고맙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9일 한미 관세 협상 ‘대미 금융 투자 패키지’에 투자 연간 한도가 200억달러로 설정된 것과 관련해 정상회담 당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문자를 통해 극적으로 합의를 마무리했던 후일담을 소개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유튜브에 출연해 “김 장관이 (정상회담) 당일 아침에 (러트닉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나중에 저에게 (연락을) 보냈더라”라며 “러트닉 장관에게 ‘그동안 정말 많은 대화를 했는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APEC대로 치르고 협상은 계속 이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는 대미 투자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설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할지를 놓고 끝까지 의견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지난 10월 29일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양국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었다.

김 실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랬더니 한 30분인가 뒤에 답장이 왔는데, ‘제일 중요한 200억달러 한도를 새롭게 확정하면 한국 입장이 어떻냐’고 왔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저와 그것을 기초로 한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양쪽이 여러 가지 우리 마지막으로 된 패키지 내용들을 착착 채워가면서 주고 받고 하면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김 장관과 (소통)하면서 한 30분, 1시간 이내에 다 (마무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은 “(협상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마지막에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는 연간 한도였기 때문”이라며 “마지막에는 1시간 이내에 다 마무리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경제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 협상과 관련해) 한 마디가 없었기 때문에 이 관세 협상이 이번에 되지 않고, 다루지 않기로 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까지만 해도 관세 협상 타결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이날 김 실장은 지난 8월 말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당시 한미 관세 협상 초안서와 관련해 김 실장은 “완벽하게 미국 입장에서 쓰인 것이었다”고 했다. 지난 7월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번째 사인했고, 8월 2일 미국 측에서 작성한 첫 번째 양해각서(MOU)를 8월 2일에 보내왔다고 한다.

이어 그는 “8월 정상회담이 이것(초기 문안 서명 문제) 때문에 무산될 뻔도 했다”며 “8월 정상회담 결과가 아무것도 발표 안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 측에서 한미 관세 협정에) 사인하지 않으면 한미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굉장히 강경했다”면서 “우리가 8월 하순에 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가 먼저 사인하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8월 정상회담 직전에 긴장이 최고도였다”고 돌아봤다.

결국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 정부는 10월 들어 세 차례 미국을 오가며 물밑 협상을 이어왔다. 특히 막판까지 연간 투자 한도가 200억달러보다 조금 더 위였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더 강한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협상하면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은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는 사람이 이긴다’ 그 말을 하셨다”면서 “제가 무박 3일 갈 때까지는 (200억달러 상한을) 깔끔하게는 못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께서도 ‘수고하셨다’고 했는데, 2~3일 지나고 나서 강경하게 말씀하셨다. ‘선의를 기반으로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양측의 논의는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이어왔고, 결국 러트닉 장관이 문자를 보내오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협상 타결 소감을 묻는 말에 “한고비 넘은 것이다. 앞으로도 몇 고비가 굽이굽이 있을 것”이라며 “개운함 이런 것보다 역사의 한고비는 넘었고, 이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큰 성과로 꼽히는 핵추진 잠수함(핵잠)의 경우 8월 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됐지만,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으로 오해해 논의가 길어졌다고 한다. 김 실장은 “8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고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으로 이해를 하셨다”며 “지난번에 거의 승인하셨는데, 이것은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어서 (10월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처음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 해군 군함을 한국에서 구축하는 문제와 관련해 김 실장은 “웨이버(waveir)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예외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 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인 일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 실장은 딸을 거론하며 공세를 퍼붓는 김 의원을 향해 큰 목소리로 반박했고, 우상호 정무수석이 이를 말리고 김병기 운영위원장도 고성을 지르며 장내를 진정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실장은 “제가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겠다”면서 “(우 수석에게) 고맙다. 위원장님도 고맙다. 김병기 위원장님은 저에게 뭐라고 하시는 것보다 그 상황을 위원장으로서 정리하려고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