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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토피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디즈니 ‘주토피아 2’가 개봉 닷새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작 부럽지 않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9년이란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토끼 경찰 ‘주디’와 능글맞은 여우 ‘닉’의 변함없는 티격태격 케미스트리, 그리고 ‘툰트라 타운’과 ‘습지 마켓’ 등 새로운 무대로 확장된 주토피아의 다채로운 세계관과 화려한 볼거리가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이란 호평 속에서 흥행 기세를 더하고 있는 ‘주토피아 2’. 오랜 준비 기간만큼이나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정수를 보여준 이번 작품에는 오랜 시간 디즈니와 함께해 온 한국인 제작진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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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캐릭터들이 저희에겐 가족 같고 친구처럼 느껴져요. 저희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을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면, 마치 우리 자식들을 이뻐해 주시는 것 같이 기쁜 마음이 들어요.”(이현민 애니메이터)
‘주토피아 2’ 애니메이팅(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을 맡은 이현민 애니메이터와 최영재 애니메이터, 그리고 배경을 담당한 이숙희 슈퍼바이저를 2일 오전 화상간담회를 통해 만나 작업 뒷이야기와 소회 등을 나눴다. 이들은 작품을 향한 큰 관심에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탄생한 ‘자식’과 같은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18년째 디즈니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주토피아 2’에서 주인공 ‘주디’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전편 ‘주토피아’에도 참여했고, ‘겨울왕국 2’(2019)에서는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를 맡아 비주얼 개발 작업과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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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숙희 슈퍼바이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이 애니메이터는 이번 ‘주토피아 2’ 작업에 대해 “전편을 10년 전에 작업했지만, 주토피아 세계를 10년 동안 떠났다가 온 느낌이 (관객들이) 들지 않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면서 “왠지 만지면 복실복실할 듯 귀엽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주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볼트’로 디즈니와 인연을 맺은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이번 영화에서 ‘주디’와 ‘닉’을 주요하게 작업했다. 월트 디즈니 월드의 새 어트랙션 ‘주토피아: 베러 주게더(Zootopia: Better Zoogether!)’의 캐릭터 애니메이션도 그의 작품이다.
최 애니메이터는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캐릭터에) 이질감이 들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주토피아 캐릭터들이 사람처럼 말하고, 걷고, 옷을 입지만, 그들이 가진 동물들의 특성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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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재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Set Extension Supervisor)는 아카데미 수상작 ‘엔칸토’와 ‘위시’에 이어 ‘주토피아 2’의 배경을 담당했다. 영화 초반 추격 장면에 등장하는 주토피아 시티의 새로운 모습과 습지 마켓, 허니문 산장, 툰드라 타운 등이 모두 그의 팀에서 나왔다.
이 슈퍼바이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이 주토피아 2는 주토피아를 더욱 화려하고 넓게 보여줄 수 있는 배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와 관련한 작업을 했다”면서 “새롭게 보이는 공간들을 작업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 조사도 많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주토피아 2’는 주디와 닉 콤비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다. 전작이 주디와 닉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었다면, 2편에서 둘의 관계는 신뢰와 우정 속에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간다. 작품 속 1편과 2편의 시차는 불과 일주일. 전작에서 주디와 닉이 보여준 캐릭터성과 관계성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후속편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이들의 내적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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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닉은 능글맞고 여유 있고, 주디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캐릭터다. 이들이 보여주는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잘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얼굴이 털로 덮여있지만, 표정에서 나오는 디테일이라든지, 주름이나 찡그림 등을 표현함으로써 봐도 또 보고 싶은 정도의 매력 있는 캐릭터로 나올 수 있게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1편에서 주디는 주토피아에서 혼자서 싸우고, 혼자서 잘할 수 있다는 대범함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큰 사건을 해결해서 인정받은 상황에서 더 잘하고 싶은 부담감을 가진 상태”라면서 “1편과 2편 모두에서 주디가 부모님과 통화하는 장면을 애니메이팅 했는데, 여기서도 주디의 달라진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확장된 세계 안에서도 ‘주토피아’라는 큰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다채로움과 사실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들판에 자라난 풀, 하물며 허공에 날아다니는 작은 먼지까지도 하나하나 계산해 섬세하게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주토피아 2’에서 새로운 공간들이 나오지만, 여전히 이 모든 세계가 주토피아 세계관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특유의 아이코닉한 건물들을 배치하는 등의 장치들을 뒀다”면서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은 모든 것이 다 디자인되고 만들어져야 하므로 물이나, 먼지, 나무토막까지도 신경 쓰면서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주토피아’ 세계관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질문하자 모두가 ‘주디’라며 입을 모았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으로 건너가 디즈니라는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일원이 되기까지 이들이 헤쳐 온 여정이, 온갖 편견을 스스로 이겨내고 당당히 주토피아의 경찰로 인정받은 ‘주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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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한인 여성이란 소수 집단으로서 큰 회사에 들어와 일하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이 있다.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잘해야겠다는 마음과 자부심이 있어서 주디에게 공감이 갔다”고 밝혔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나도 어렸을 때 혼자서 미국에 와서 열심히 한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주디가 내 마음 가까이에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주토피아 2’에는 700여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인종도, 성별도, 국적도 다른 수백명의 제작진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실력에 의지해 오랜 시간 함께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9년 간의 제작기는 마치 ‘다름이 우리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주토피아 2’의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제작진이 찾은 ‘주토피아 2’의 흥행 요인도 이 지점에 있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배경이 다른 700명이 모여서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 좋은 점을 보완해 주며 함께 만든 작품”이라면서 “그런 과정에서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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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주토피아 2’가 개봉 초반부터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벌써부터 ‘주토피아 3’ 제작 가능성에 대한 기대 섞인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또 한 번의 속편 제작을 바라는 것은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2편을 즐겁게 작업을 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캐릭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속편이 나온다면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주디와 닉의 관계성에도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운을 떼며 “두 캐릭터의 케미스트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3편이 제작된다면 좀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