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망 시청역 역주행 참사’ 운전자, 대법 금고 5년 확정[세상&]

‘급발진 사고’ 주장 인정 안돼
1심 금고 7년6월→2심 금고 5년
대법 “원심, 법리오해 잘못 없어”


지난해 7월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한 승용차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튿날 오전 사고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를 역주행 운전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을 받은 운전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를 받는 차모씨 상고심에서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같이 죄를 지은 사람을 교도소에 수감되도록 하는 형벌이다. 다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법원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6분께 자신의 차를 운전해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나오면서 진입이 금지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고, 이후에도 가속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으며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씨의 운행으로 차량이 인도에 있던 12명(9명 사망, 3명 치상)을 덮치고,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충격하면서 해당 차량이 그 옆 차량과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 2명에게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이 사고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인지, 이를 검증할 차씨 차량의 EDR(사고기록장치, Event Data Recorder)을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 차씨 측은 재판에서 “이 사건 사고는 차량의 오작동으로 인한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고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차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사정 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밟는 등 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가속장치,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가해 차량의 결함에 따른 ‘급발진’ 현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차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차씨의 급발진 사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과 달리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금고 5년을 선고하며 감형했다. 형법 40조는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며 상상적 경합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앞선 1심은 개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고를 별개의 범죄로 봐 ‘실체적 경합관계’라고 판단했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독립된 범죄 행위가 각각 성립된다고 보는 것으로, 형법은 실체적 경합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 또는 다액(多額)에 2분의 1까지 형을 가중하도록 정한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1심은 금고 금고 7년 6개월, 2심은 금고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사고는 사회관념상 하나의 운전행위로 인한 것으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차씨의 상고에 대해선 “원심의 유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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