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양국 의견차 있지만 공공이익 위해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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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와 가자지구 재건·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1억달러(약 147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AFP·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함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국은 팔레스타인에 1억달러의 지원을 제공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고 복구·재건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며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속력 있는 평화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며, 동시에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나 비방 행위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은 모든 간섭을 배제하고 중국과 프랑스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간에 “때때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시 주석에게 “프랑스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은 내년에 주요 국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 불균형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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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 |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2박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지난해 중국과 프랑스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과 영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로부터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찬 바람 때문에 환영식은 실내에서 진행됐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꽃을 건넨 어린이들에게 손키스를 보내며 인사했다. 양국 국가(國歌)가 연주되는 가운데 중국은 ‘정상급 의전’으로 프랑스 측을 예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은 최대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4년 차를 맞은 가운데, 중국이 휴전 압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주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러시아,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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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
하지만 중국은 2022년 침공 이후 러시아를 단 한 번도 비난하지 않았다. 영토 보전 원칙과 평화협상을 강조해 왔지만,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 군수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등 사실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프랑스 대통령실도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전쟁 지속에 도움이 되는 어떤 형태의 지원도 중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중은 통상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유럽연합(EU)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3570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측 보좌관은 “중국은 더 많이 소비하고 덜 수출해야 하며, 유럽은 저축을 줄이고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술 분야에서 ‘유럽 우선’을 강조하며 EU의 대중 의존도 축소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은 미국과 중국 테크 기업의 속국이 되고 싶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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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한 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
반면 시진핑이 마크롱을 만나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새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프랑스 관계 발전을 함께 이끌고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EU 내에서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주요국 중 하나이며, 내년 G7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국가로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도 중국의 관심사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프랑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자 중국은 이를 강하게 비난해왔으며,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자국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바로 장관과 만나 “일본 지도자의 잘못된 대만 발언의 본질과 심각한 폐해를 설명하고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프랑스가 이를 계속 이해하고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총 네 차례 방중할 정도로 유럽 주요국 정상 중에서는 중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축에 속한다. 내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초청하기 위해 프랑스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마크롱이 중국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를 의식한 일본 정부는 프랑스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3일 “G7이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법치라는 가치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일본이 프랑스 측에 신중한 대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