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절차 불공정…법적 대응”

우협대상자 힐하우스 ‘中 자본’ 논란
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주목


매각 절차에 들어간 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외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이하 힐하우스)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힐하우스 자금의 성격이 심사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중국계 자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지스자산운용을 품을 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8일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하고, 통보 절차에 들어갔다. 힐하우스는 본입찰 직후 진행된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 과정에서 인수가를 1조1000억원까지 공격적으로 높였다.

2010년 설립된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로 지난해 말 총 운용자산(AUM)은 6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이 작고한 이후 배우자 손화자 씨가 최대주주(지분율 12.4%)로 올라섰다. 투자자산 발굴과 펀드 조성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위탁운용 수임을 늘리고 있으며, 블라인드 펀드와 리츠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해 있다.

부동산 펀드에 집중된 사업 구조상 경기 민감도가 높으나 수탁자산을 통한 관리보수로 수익 창출력을 유지 중이다. 9월 말 부동산 관련 수탁자산 규모는 27조원, 시장 점유율은 14.6%로 업계 1위다.

지난달 본입찰에서는 흥국생명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썼지만, 이후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이 적용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입찰 후보들에게 경쟁사 가격을 공유하며 추가 입찰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힐하우스는 이 과정에서 당초 9000억원대에서 1조1000억원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자로 확정됐지만 거래 완료까지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힐하우스 자금의 성격이 심사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힐하우스가 사실상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힐하우스는 베이징, 홍콩, 런던, 뉴욕 등에 지점을 둔 글로벌 사모펀드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계 자본이라는 규정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로 국내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외국 자본의 인수를 넘어, 국내 주요 기반 시설 관련 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전 경쟁자인 흥국생명도 매각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흥국생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매각 주간사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는 본입찰 전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힐하우스에 추가 입찰 기회를 줬다. 흥국생명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힐하우스가 프로그레시브 딜 과정에서 가격을 높이면서 역전당했다. 흥국생명 측은 이 과정에서 자사의 입찰 금액이 경쟁사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비밀유지각서(NDA) 위반 여부를 포함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결국 이번 딜의 최종 성패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갈릴 전망이다. 적격성 심사에서는 재무건전성, 법 위반·제재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아울러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와 지배구조 투명성, 국가 안보 영향 등도 엄격히 심사한다.

박성준·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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