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확대 목표’ K-팹리스들 “엔비디아 뛰어넘는 기업 될 것”

‘2025 인공지능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서 포부 밝혀
퓨리오사 “엔비디아 GPU와 경쟁 가능”
리벨리온 “전력·가격 측면에서 매력적”
딥엑스 “엔비디아보다 25도 낮아 발열 잡았다”


김한준 퓨리오사AI CTO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인공지능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AISFC)’에서 다음달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며 ‘레니게이드’ 실물을 들고 나왔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제패했던 것처럼 온디바이스(클라우드나 외부 서버가 아니라 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대신에 딥엑스가 제패하겠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정욱 딥엑스 부사장)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확장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인공지능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AISFC)’에서 퓨리오사, 리벨리온, 딥엑스, 하이퍼엑셀 등 우리나라의 대표 팹리스들은 “정부 지원에 감사하다”며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의 김한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날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개발해왔는데 다음달부터는 양산을 시작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며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경쟁에서 사용자들에게 선택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한 자사의 신경망처리장치(NPU)인 ‘레니게이드’ 실물을 선보였다.

김 CTO는 “레니게이드의 최대 열 설계 전력은 180W(와트)로, 엔비디아의 GPU와 경쟁했을 때도 충분한 성능을 보유하면서도 낮은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에서 15kW(킬로와트)를 쓴다고 하면 저희는 서버당 최대 3kW를 소모하기 때문에 5개의 서버를 장착할 수 있는 반면, 엔비디아 서버는 최대 파워 사용량이 더 높아 1개 내외 정도만 장착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고객이 많아질수록 제품이 향상되는 팹리스 특성상 LG AI 연구원 등 고객을 유치하면서 경험치도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LG AI 연구원과 샘플 단계에서 테스트를 해봤고, 실제 엑사원(EXAONE) 개발 과정에서 우리랑 논의하며 GPU와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더 우월한 가성비를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고 강조했다.

딥엑스는 칩 위에 버터를 올려놓고 AI모델을 작동시켜 버터가 녹는지 테스트하는 ‘버터 벤치마크’를 통해 발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버터는 약 36도에서 녹는다. 딥엑스의 칩은 버터가 안녹았고, 엔비디아의 칩은 버터가 녹았다. 박지영 기자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만드는 리벨리온의 오진욱 CTO는 이날 “엔비디아의 GPU처럼 큰 칩을 만드는 것은 생산성·구현의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대신 반도체를 쪼개 제작한 다음 다시 조립하는 칩렛(Chiplet) 방식을 사용한 가속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벨리온의 리벨쿼드는 2PF(페타플롭스) 성능을 갖춰 국내 가속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절대수치로만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가속기 H200급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H200보다는 전력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의 김정욱 부사장은 이날 “7월부터 양산을 해 약 300개 업체와 기술검증(PoC)를 했고, 약 20개 업체와 사업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 때문에 NPU의 발열을 잡는 게 업계의 숙제다. 버터는 약 36도 이상 온도에서 녹는데, 딥엑스는 칩 위에 버터를 올려놓고 AI모델을 작동시켜 버터가 녹는지 테스트하는 ‘버터 벤치마크’를 통해 발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리벨리온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0·B200과 비교했을 때 자사의 칩이 전력·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김 부사장은 “우리 NPU는 1% 내외의 열화가 발생한 반면 글로벌 경쟁사는 열화가 훨씬 심하고 열화의 편차가 심하다”며 “발열로 봤을 때는 경쟁사 대비 약 25도 정도 온도가 낮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엑스는 작년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에서 3관왕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스로 선정돼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내년에는 이러한 팹리스 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구글이 직접 설계한 전용 반도체 칩인 TPU(텐서처리장치) 등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나라 NPU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NPU의 스케일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할 것이고 차세대 피지컬 AI 예비타당성조사 사업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에는 AI 반도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성능지표 협의체인 ‘K-퍼프 협의체’도 함께 출범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과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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